섬은 별이요, 산이다… 서울근교 걷기 여행 ‘무의도 트레킹’
입력 2013-12-24 01:48 수정 2013-12-24 16:16
섬은 별이다. 제 존재를 알리기 위해 하늘 위에 반짝이는 우주의 별처럼, 제 존재를 드러내고자 수면 위로 솟아오른, 바다의 푸른 별이다. 무성한 녹음으로 지구처럼 사계절 푸른빛으로 반짝이고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로 토성처럼 겹겹이 흰 고리를 두르고 있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이런 아름다운 섬들이 바다 위에 뭇별처럼 흩어져 반짝, 빛을 발한다.
섬은 산이다. 수면 위로 불쑥 솟아오른 바다의 산. 그래서 섬 트레킹은 산행이기도 하다. 섬의 형태가 장군복을 입고 춤을 추는 것 같다는 무의도(舞衣島)를 둘러보려면 국사봉(236m)에서 호룡곡산(245.6m)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섬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나아가면 된다. 총 길이도 7.6㎞정도로 짧고 산이 높지도 산세가 험하지도 않아 사방이 탁 트인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무의도는 영종도와 이어진 잠진도 선착장에서 바라보면 눈앞에 있다. 매표소 직원의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는 표현처럼 잠진도와 무의도를 수시로 오가는 무룡1호는 뱃머리를 돌리자마자 섬에 닿는다. 그래도 배를 타고 물을 건넌다는 행위가 여행의 기분을 한껏 돋운다.
큰무리 선착장에서 국사봉 등산로로 들어서면 오붓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수목이 울창하지만 바닷바람이 혹독했던지 나무들의 키가 고만고만한 게 도토리 키 재기다. 꾸준한 오르막이지만 경사가 급하지는 않아 정상에 손쉽게 오를 수 있다. 바닷물이 빠져 하얀 모랫길이 드러난 실미도와 일대 섬들이 바다와 어우러진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국사봉에서 호랑이와 용이 싸웠다는 전설에서 이름이 유래된 호룡곡산까지 거리는 2.4㎞로, 두 봉우리 사이 골짜기로 내려섰다 다시 산을 올라야 한다. 1시간 정도 걸린다. 도로 위 구름다리를 지나면 호룡곡산이 시작되는데 국사봉과 비슷한 오솔길이다. 등 뒤로 조망이 시원스레 터져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게 된다.
찬찬히 오르면 땀방울 맺힐 일 없이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국사봉도 그렇지만 호룡곡산 정상에도 실제 높이보다 낮은 244m가 새겨진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찾는 발걸음이 많아지면서 새로이 너르게 만든 데크 전망대는 무의도에서 가장 멋진 조망처다. 푸른 바다 위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드리운 날이면 들숨으로 바다가 가슴 속 깊은 곳까지 밀려왔다 날숨으로 빠져나간다. 감정의 찌꺼기까지 파도가 싹 쓸고 나가면 거친 아스팔트 같던 마음은 깨끗하고 보드라운 백사장으로 변한다.
남동쪽으로는 인도교가 이어진 소무의도 너머 팔미도 대부도 선재도가, 남서쪽으로는 영흥도 승봉도 자월도 대이작도 덕적도 등이 겹겹이 늘어서 있다. 저 멀리 바다너머 빌딩들이 늘어선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조망된다.
호룡곡산 정상까지는 흙길이 대부분이지만 광명항 선착장으로 내려서는 길은 바위가 툭툭 불거져 암릉을 오르내리는 듯한 재미가 쏠쏠하다. 무의도 끝자락 광명항 선착장에서 바다에 막힌 발걸음이 못내 아쉽다면 인도교를 건너 소무의도를 한 바퀴 돌아봐도 좋다. 2.5㎞의 해안 트레킹 코스 ‘무의바다 누리길’이 조성돼 있다. 하늘이 붉게 물든 낙조를 감상하고 싶다면 하나개 해변을 들르면 된다.
가는 길 ▼
무의도에 들어가려면 우선 잠진도 선착장까지 가야 한다.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역에서 내려 공항 3층 7번 출구 앞 정류장에서 매시 20분 출발하는 222번, 매시 50분에 출발하는 2-1번을 타면 된다. 잠진도 선착장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잠진도와 무의도를 오가는 무의도해운 카페리는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계절과 요일, 물 빠짐 여부에 따라 운행시간이 변동된다. 사전에 문의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운임은 성인 3000원. 차량 선적도 가능하며 경차 1만8000원, 일반승용차 2만원, SUV 2만1000원이다.
글=김 난, 사진=윤성중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