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문화진단] 등산스틱 필수인가, 필요악인가

입력 2013-12-24 01:48


혹자는 말한다. 본래 두 다리로 걸어 올라가는 것이 등산인데 휴대도 불편한 등산스틱을 굳이 사용해야 하냐고. 반면 어떤 이들은 등산스틱은 반드시 챙겨야 할 장비라고 생각한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산길에서 의지할 수 있는 요긴한 물건이라는 것이다.

등산인구 1800만 시대. 등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뜨겁다. 아웃도어 브랜드 등이 보다 실용적인 등산 관련 제품들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수요가 큰 제품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등산스틱이다. 스틱은 이미 등산의 기본 장비로 인식되고 있다. 등산스틱은 사용자의 힘을 절약해준다. 또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지지대 역할을 한다. 민첩성이 떨어진 중·장년층이 이용하면 보다 효과적인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등산스틱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엔 스틱을 제작·출시하는 업체나 브랜드 또는 산악회 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등산스틱 교육도 많아졌다. 등산을 위해 스틱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참가자가 늘면서 교육은 대부분 성황을 이룬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를 비롯한 대학가에서도 등산스틱의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치는 강좌를 개설해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스틱 대중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등산 경력 11년차인 박채완(38·청주)씨는 “업체 마케팅의 영향인지 굳이 스틱이 필요하지 않은 낮은 산에서도 스틱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며 “그런 사람들이 많은 날은 등산할 때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매주말 산행을 즐기는 김기호(44·성남)씨는 “스틱을 사용하는 등산이 진정한 등산일지 의문”이라면서 “등산을 편하게만 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바위면을 깰 만큼 강력한 스틱의 촉이 오히려 위험요소를 키우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고태우 한국생활등산문화교육원 원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의식하지 못한 채 이어지는 스틱 사용으로 인해 구멍이 나거나 파헤쳐진 흙은 비·바람에 쉽게 쓸려 내려가게 되고, 평지였던 등산로는 물이 흘러 내려갈 정도의 골로 변형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등산교육을 전개하고 있는 산림청 산하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는 스틱 사용에 대한 강의는 배제하고 있다. 정가인 센터 교육팀 팀장은 “신체활동 측면에서 스틱의 사용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연을 생각한다면 추천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 팀장은 특히 “유명산 등산로일수록 스틱에 의해 생긴 구멍이 많은데 자연 복원력은 떨어지고 이를 정비하는 빈도는 잦아진다”고 덧붙였다.

물론 스틱 외에도 아이젠, 로프 등이 경우에 따라 자연을 훼손하는 장비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자연을 배려하는 등산’을 강조한다. 더불어 한국의 지형을 감안할 때 등산스틱은 필수장비라기보다 산행을 돕는 보조장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스틱이 필요한 상황을 미리 확인하는 한편,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등 산행 매너를 지킬 것을 당부했다.

김성일 쿠키뉴스 기자 ivemic@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