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근 목사의 시편] 스크루지와 성탄
입력 2013-12-24 01:34
성탄절이 되면 미국 TV에서는 의례히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방영한다. 돈 많고 지독하게 인색한 스크루지가 자신의 회사에 찾아온 자선단체의 기부 요청을 거절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로 그 밤에 꿈속에서 새로운 체험을 하고 새사람으로 변화되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실화가 있다. 중남미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사는 조지 마슨씨의 이야기다. 그는 미국인이지만 베네수엘라에서 큰 마트를 운영한다. 점원들에게는 보수도 적게 주고 휴가도 적게 준다. 이 사람의 취미는 저녁마다 금고에 들어가 돈을 바라보고 세어보는 것이다.
어느 크리스마스이브에 성탄대목에 들어온 돈을 바라보며 만족하고 있었다. 실컷 보고 나가려는데 금고의 문이 잠겨버렸다. 열쇠는 밖에 있는데 점원들은 사장이 이미 퇴근한줄 알고 모두 퇴근해버렸다. 열쇠는 금고문에 꽂힌 채로 있었지만 다행히 비상 공기구멍이 뚫려 있어서 질식사하지는 않았다. 이튿날은 성탄절이라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에 이틀이나 굶고 공포에 떨며 마슨씨는 자기 생활의 잘못을 깨달았다.
금고는 좋은 곳이 아니라 지옥이었다. 돈은 있지만 음식이 없었다. 캐럴도 없이, 친구도 없이 혼자 크리스마스를 지내니 너무 외로웠다. 친구의 사랑과 사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거기에 쌓인 돈이 얼마나 쓸모없고 가치 없는 것인지 깨달았다. 26일 아침에 회계 직원이 출근해서 보니 열쇠가 꽂힌 채 금고문이 닫혀 있어서 사장이 갇힌 줄 알고 들어가서 구했다. 금고에서 나온 마슨씨의 첫 마디는 “가게 문 닫고 하루 더 쉬자”였다.
크리스마스는 많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계절이다.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가장 기쁘고 즐거운 날이다. 왜냐하면 죄악에 갇혀 있는 인류를 구원하러 예수님이 오신 날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크리스마스의 기쁨이 사라지는 것 같다. 옛날에는 명동에 가면 캐럴이 들리고, 온 상가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달고, 많은 사람이 가족과 친구들의 선물을 사서 서로 나눠주는 기쁨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에 갇혀 서로 나누지 않고 혼자 혹은 가족끼리 리조트로, 스키장으로 나가서 지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성탄절은 임마누엘 예수님이 이 세상에 죄인들을 위해서, 우리를 도와주시기 위해 오신 날이다. 이 세상에는 정부에서 그리고 NGO에서 사람들이 아무리 도와줘도 못 미치는 곳이 있다. 쪽방에서 난방도 없이 살아가는 독거노인들, 소년소녀가장들 그리고 오늘도 거리에서 잠을 자는 노숙인들. 예수님은 이런 사람들과 함께하러 오신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의 캐럴은 위로가 된다.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크리스천이 되었으면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우리의 귓전을 울린다. 올해는 기업가들보다 개개인이 더 많은 자선을 한다고 한다.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이 우리의 어두운 가슴을 그리고 절망어린 사람들이 마음속을 환하게 비추는 희망의 성탄절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의 작은 선물이 우리의 이웃들을 더 즐겁고 기쁘게 해주는 계절이었으면 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