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민주노총 첫 강제진입] 빈자리 수색한 헛발질…경찰 ‘정동 굴욕’

입력 2013-12-23 04:05 수정 2013-12-23 06:59


경찰이 22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 사옥의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해 12시간여 동안 샅샅이 내부를 수색했지만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에 실패했다. 경찰력 투입을 예상한 지도부가 진입 작전 이전에 빠져나간 걸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사상 초유의 민주노총 본부 진입을 강행했다.

민주노총은 진입 작전이 성과 없이 거의 마무리된 오후 7시쯤에야 “철도노조 지도부는 새벽에 이미 나갔다”고 밝히며 경찰을 우롱했다. 경찰이 정보력 부재로 섣부른 작전을 벌여 노동계를 더 자극만 한 셈이다.

경찰은 지난 20일 법원에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했는데도 강제 진입을 강행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가 민주노총에 은신해 있다고 여러 첩보를 통해 확신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진입 과정에서 저항하는 노조원 등 136명을 무더기로 연행했다. 그러나 연행된 136명의 얼굴을 일일이 체포 대상자 사진과 대조하고, 건물 내부의 잠겨 있던 방까지 모두 열어봤지만 철도노조 지도부는 없었다.

경찰의 ‘헛발질’은 정보력 부재와 보안 실패 탓이다. 이미 핵심 지도부 10명 체포영장이 발부된 16일 오후부터 민주노총 본부에 이들이 은신해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21일에는 민주노총 본부에 경찰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문도 빠르게 확산됐다. 그럼에도 섣불리 시작한 작전 탓에 정부는 노동계 전체와 싸워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작전 실패의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이다. 교체가 예상됐으나 자리를 지킨 이성한 경찰청장과 청와대 치안비서관에서 승진한 강신명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의 과잉 충성이 ‘참사’를 빚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