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상 첫 초강수 ‘강제 진입’ 헛발질…파업 동력에 기름 부은 꼴

입력 2013-12-23 03:39

경찰의 검거망을 피해 건재한 것으로 확인된 철도노조 지도부는 파업 동력을 극대화시켜 전방위 투쟁에 나설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예고하며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선포했다. 이 모든 상황은 사상 첫 민주노총 본부 진입을 불사한 경찰의 작전 실패에서 비롯됐다.

당장 민주노총은 23일 확대간부 파업, 28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철도노조 파업이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야당까지 가세하면서 오히려 결집하는 모양새다.

경찰 진입 작전이 모두 끝난 오후 9시20분쯤 경향신문 사옥 14층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내려온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 정권이 110만 노동자에게 전쟁을 선포한 오늘 민주노총도 현 정권과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민주노총이 노동계 결집을 위해 짜놓은 ‘덫’에 경찰이 걸려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찰의 정보력 부재로만 보기에는 민주노총 대응이 너무 전략적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강제 진입설이 퍼진 21일에는 경향신문 사옥 앞에 노조원들이 모여 저지 농성을 벌였다. 강제 진입이 시작되자 민주노총은 수도권 노조원들에게 본부로 집결하라고 주문했다. 경찰이 오후 들어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13층까지 빠르게 치고 올라갈 때도 철도노조 지도부가 이날 새벽 이미 빠져나간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이를 공개한 건 경찰이 14층의 잠겨 있던 사무실을 마지막으로 열어보기 직전이었다. 지난 16일 체포영장 발부 이후 통신수사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믿고 검거를 자신했던 경찰이 철저하게 희롱당한 것이다. 경찰과의 ‘숨바꼭질’에서 승리한 파업 지도부는 건재를 과시하며 고강도 파업을 벌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