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텍사스 계약] 왜 텍사스로…우승 가능한 팀 전력·한인 커뮤니티 작용한 듯

입력 2013-12-23 02:34

추신수의 행선지는 결국 텍사스였다.

최근 미국 언론은 뉴욕 양키스가 추신수에게 7년 1억4000만 달러를 제시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보도했었다. 추신수는 왜 메이저리그 명문구단 양키스가 아니라 1000만 달러를 적게 제시한 텍사스를 선택했을까.

추신수는 평소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가진 팀으로 연고지에 한인 커뮤니티가 컸으면 좋겠다”고 말해왔다. 사실 한인 커뮤니티나 팀 전력으로 보면 댈라스를 연고로 한 텍사스보다 뉴욕 양키스가 추신수의 바람에 부합한다. 하지만 텍사스 역시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한 전력을 갖춘 팀이다. 1961년 창단한 텍사스는 2010년과 2011년 연속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신흥 강호로 꼽힌다.

올해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텍사스는 추신수 영입에 많은 공을 들였다. 외야수비가 가능한 테이블세터를 찾는 텍사스에 추신수만큼 딱 들어맞는 선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존 다니엘스 텍사스 단장이 첫 만남에서 추신수의 가족들에게 텍사스 유니폼을 전달하는 섬세함을 보였고, 추신수 역시 호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계약 금액이 문제였다. 텍사스는 장기 계약에 거부감을 드러냈으나 결국 추신수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줄다리기 끝에 최종 타협에 이르게 됐다. 미국 CBS는 22일(한국시간) 추신수의 세 아이들이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진을 게재하며 ‘오늘의 사진’으로 꼽기도 했다.

게다가 텍사스가 제시한 1억3000만 달러는 실수령액 면에서 양키스의 1억4000만 달러보다 높다. 텍사스주는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뉴욕주의 경우 소득세가 8.82%로 미국 내에서도 높은 편이다. 미국 언론은 “추신수가 텍사스에서 받을 1억3000만 달러는 양키스에서 1억4800만 달러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뉴욕 양키스와 7년간 1억5300만 달러에 계약한 제이코비 엘스베리의 실수령액은 추신수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텍사스의 홈 구장인 레인저스볼파크는 대표적인 타자 친화 구장으로 분류된다. 텍사스 지역 특성상 온도가 높고, 타자에게 유리한 제트기류가 형성되기도 한다. 특히 레인저스볼파크는 우측 펜스(99m)가 좌측(101m)보다 짧아 왼손 타자인 추신수에게 유리하다.

텍사스는 2001년 FA 박찬호와 5년간 6500만 달러의 거액으로 영입했었다. 하지만 박찬호는 부상과 슬럼프에 빠지며 2005년 트레이드로 텍사스를 떠날 때까지 22승23패 평균자책점 5.79로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메이저리그 역대 ‘먹튀’ 계약으로 지금도 미국언론에서 종종 거론된다. 추신수가 박찬호의 그림자를 지우고 텍사스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