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 숙청’ 장기간 준비? … 김정은 6월 직접 연설

입력 2013-12-23 03:5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6월 19일 노동당과 군, 내각 등의 고위 간부를 모아놓고 ‘유일 영도체계’ 확립에 대한 연설을 직접 한 것으로 22일 드러났다. 특히 김 제1비서가 당시 소개한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 10대 원칙’에는 ‘동상이몽(同床異夢)’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배반한다)’ 등 장성택 처형 근거들이 대거 포함돼 장성택 제거가 이미 올해 초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제1비서는 당시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울 데 대하여’라는 주제로 연설했고 조선노동당출판사는 이 연설을 소책자로 발행했다.

책자에 따르면 김 제1비서는 “수령님의 영도에 의해 종파주의, 사대주의를 비롯한 반당적 사상조류들이 극복됐고 장군님께서 당 안에 숨어있던 반당 수정주의 분자들의 책동을 폭로 분쇄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일 영도체계 10대 원칙’ 전문이 소개됐다. 10대 원칙 제6조 5항에는 “당의 통일단결을 파괴하고 좀먹는 종파주의, 지방주의, 가족주의를 비롯한 온갖 반당적 요소와 동상이몽, 양봉음위하는 현상을 반대해 투쟁해야 한다”는 부분이 새로 명시됐다. 이 대목은 북한이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의 출당 및 제명을 결정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숙청작업이 올해 초부터 장기간에 걸쳐 준비돼 온 것이라는 의미다.

한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장성택이 처형된 것은 그의 측근들이 김 제1비서의 지시에 즉각 응하지 않고 토를 단 것이 발단이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서울발 기사를 통해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있던 장성택의 직속 부하인 이용하 전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전 부부장이 ‘행정부의 이권을 군으로 되돌려 놓으라’는 김 제1비서의 지시를 즉각 이행치 않고 ‘장 부장에게 보고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에 격노한 김 제1비서는 만취상태에서 이용하와 장수길의 처형을 명령했고, 이를 시작으로 장성택 일파에 대한 숙청이 진행됐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