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끊이지 않는 安-孫 연대설 양쪽 다 아니라는데…

입력 2013-12-23 01:45

청춘 남녀 열애설과 정치권 연대설의 공통점은 대체로 당사자들이 부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하는 반응을 보인다. 최근 야권에서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 간 ‘안(安)·손(孫) 연대설’이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동아시아 미래재단의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참석해 특강을 했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은 손 고문의 싱크탱크이고, 세 사람은 안 의원과 인연이 깊다.

이 자리에서 손 고문은 “우리 안에 있는 집단 이기주의, 집단 히스테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세 결집 움직임을 보이는 친노계를 향한 직격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손 고문과 안 의원 측 모두 친노계와는 ‘정적’이라고 할 만큼 사이가 나쁘다.

연대설이 증폭되는 시기에 미묘한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양측은 아니라고 하지만 연대설이 끊이지 않는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두 사람이 맞닥뜨린 정치적 상황과 상호보완재 이미지 그리고 러브콜로 해석될 수 있는 언행들이다.

안 의원은 겉으로는 잘 나가고 있지만 뒷문이 불안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지지율은 32%에 달해 새누리당을 3% 포인트 차로 따라잡았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 포인트). 그러나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등 내년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반면 손 고문은 당 대표를 지냈지만 당내 기반이 취약하고, 대중성이 떨어진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은 손 고문이 가진 안정감을, 손 고문은 안 의원의 높은 대중성을 얻을 수 있어 보완재가 된다”고 말했다.

보수와 진보 간 정쟁이 대선 후 1년째 지속돼 국민적 실망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중도 성향을 가진 거물 정치인의 결합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를 겨냥해 ‘투표 잘 안하는’ 중도층의 결집을 기대하는 정치 연대가 실제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양측은 우호적인 교류와 비슷한 말을 쏟아내면서 연대의 득실을 저울질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양측은 비슷한 논리로 ‘지방선거 야권 연대 불가론’을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손 고문은 독일식 권역별 정당비례대표 등 다당제를 옹호하고 나섰다. 지난 6월말 독일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할 당시만 해도 “제3정당은 보조적인 역할만 할 뿐”이라고 비판했던 것과 비교하면 기류가 바뀌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