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면 완치 확률 높은데… 전립선비대증 환자들 약물 의존 지나치다

입력 2013-12-23 02:28


우리나라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은 사실상 완치 수단인 수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약물 치료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약물 치료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아 약제비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계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전립선학회(회장 유탁근·을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국내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건강보험진료실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치료를 위해 약물 복용만 고집할 뿐 수술을 선택하지 않아 수술요법에 대한 적극적인 계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전립선비대증은 50대 남성의 약 50%, 60대 남성의 약 60%, 80대 남성의 90% 이상이 앓게 되는 남성 비뇨기 질환이다. 전립선 조직이 노화로 인해 딱딱하게 굳으며 커져 오줌이 나오는 길인 요도를 압박, 빈뇨 야간뇨 등 각종 배뇨장애 증상을 일으킨다.

◇수술 필요한 환자도 약물치료 고집 많다=이번 조사결과 국내에서 전립선비대증으로 치료받는 환자 수는 2007년 70만5507명에서 2011년 106만6441명으로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시행된 ‘경요도 전립선절제술’은 인구 10만 명당 26.6건에 그쳤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05건)에 비해 4분의1 수준에 불과한 숫자다.

그 사이 약제비는 580억 원에서 1757억 원 규모로 약 3배 증가했다. 수술비가 불어나지 않는 대신 약값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국내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의 약제비 부담은 1인당 연평균 20만5948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으로 전립선비대증 수술은 약물 치료가 잘 되지 않거나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는 요폐 증상이 있을 때 시행된다. 수술 받은 환자 중 85%는 수술 후 더 이상 약물 복용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비대증의 대표적 수술 방법인 경요도 전립선절제술의 수술비 부담은 약 25만원이다. 수술 시 마취료와 입원료를 추가 부담하게 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약을 계속 먹어야 하는 약물요법보다 비용 부담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시보라매병원 비뇨기과 손환철 교수는 “수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정확한 정보 부족이 전립선비대증 환자들로 하여금 약물 치료만 고집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환자들은 수술을 받도록 적극 계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령화사회의 중요 노인보건 문제로 대두=‘전립샘’으로도 불리는 전립선은 남자에게만 있고, 정액의 약 30%를 구성하는 전립선액을 배출하는 장기다.

전립선비대증에 걸리면 말 그대로 이 전립선 조직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소변보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최근 들어 한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삶의 질을 중시하게 되면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노인보건의료 문제 중 하나로 급속히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두면 요로감염, 신장기능 악화, 방광결석, 방광기능저하 등을 합병할 수 있고, 소변이 꽉 막혀 나오지 않고 아랫배가 터질 것 같은 급성 요폐가 갑자기 나타나 병원 응급실을 찾게 될 수 있다. 전립선암과는 상관이 없다.

약물 치료는 배뇨장애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전립선 근육의 긴장도를 낮춰주는 ‘알파차단제’와 전립선 크기를 줄여 요도 압박감을 완화시키는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등 두 종류가 흔히 사용된다. 서울을지병원 비뇨기과 유탁근 교수는 “최근 TV홈쇼핑을 통해 소팔메토 등 생약제제가 효과가 있는 듯이 많이 선전되지만, 보조 수단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