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주인공은 아기 예수

입력 2013-12-23 01:31 수정 2013-12-23 09:54


아사시의 프랜시스는 성자의 칭호를 받은 사람이다. 그는 부잣집에서 태어나 매우 방탕한 삶을 살았다. 어느 날 그는 거리에서 한센병을 앓고 있는 걸인을 만났다.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누더기를 걸친 몸에서는 악취가 풍겼다. 그때 마음속에서 강한 동정심이 피어올랐다. 프랜시스는 걸인에게 다가가서 그를 꼭 안아주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품에 안긴 사람이 걸인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고 생각했다. 그날부터 프랜시스는 약자(弱者)와 빈자(貧者)를 위해 자신의 재물과 옷을 모두 나눠주었다.

“우리의 옷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벗어주자. 우리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우리보다 가난한 사람을 만날 때까지 우리가 잠시 빌려 입은 것뿐이다.”

한 똑똑한 제자가 그의 행동에 이의를 제기했다.

“우리가 너무 헐벗으면 사람들에게 덕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사역에도 장애가 됩니다.”

프랜시스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절도자가 되기보다는 그리스도의 가난한 제자가 되고 싶다. 가난한 사람을 돕지 않은 것은 명백한 절도에 해당한다.”

이제 곧 성탄절이다. 아기 예수는 왕궁이 아니라 마구간에서 태어났다. 성탄의 주인공은 산타클로스가 아니다. 크리스마스트리도 아니다. 아기 예수가 성탄의 주인공이다. 인류를 위해 생명을 바친 예수가 홀로 빛나야 한다. 우리도 성탄절에 작은 사랑이라도 실천해보자. 안도현의 시 ‘나에게 묻는다’에 이런 글이 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 되자.

오범열 목사(안양 성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