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과 달라진 2015학년도 대입전형 내용과 수험생 전략
입력 2013-12-23 01:50
2015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 계획이 지난 18일 발표됐다. 수시모집 인원이 처음 감소하고 학생부 위주 전형 비중이 대폭 확대되는 등 올해와 달라진 부분이 많다. 아울러 서울대가 정시 모집군을 옮김에 따라 상당수 주요 대학의 모집군도 바뀌었다. 현재 고교 2학년 등 내년에 대학 진학을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은 달라진 2015학년도 대입전형에 따라 자신만의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 정시 비중 높아져=수시모집 인원 일부가 정시로 이월되리라는 건 예상된 일이었다. 교육부가 지난 8월 2015학년도부터 수능 백분위 성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논술과 적성고사를 축소·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상위권 상당수 대학은 학생부 등을 중심으로 합격 후보자를 추려낸 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해 왔다. 학생부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지역별·고교 유형별 학력차가 커 학생부 등급이 같아도 학력 수준은 다르다고 판단, 사실상 수능 전형으로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입시업체 하늘교육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10개 대학 중 7개 대학이 수시 비중을 줄이고 정시 비중을 확대했다(표2 참조). 서울대의 정시 비중이 올해 16.8%에서 내년 23.8%로 7% 포인트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서강대와 중앙대도 6% 포인트 이상 정시 비중을 늘렸고 성균관대·한국외대·한양대·이화여대 등도 정시 비중을 확대했다.
서울시립대는 17.3% 포인트나 정시 비중이 늘었고 동덕여대도 정시 비중을 16.3% 포인트 늘렸다. 세종대와 성신여대·숙명여대·상명대(서울)·중앙대(서울)·건국대(서울) 등도 정시 비중을 지난해보다 6% 포인트 이상 확대했다.
수시 전형이 도입된 2002학년도 이후 처음으로 수시 비중 확대 추세가 꺾였지만 계속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내년에도 수시 합격생의 정시 지원이 허용되지 않아 수시를 통해 우수 학생을 선점하려는 대학들이 수시모집 인원을 대폭 줄이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교육부 대입제도 개편안이 발표됐을 당시에는 대학들이 정시 비중을 많이 높일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수시가 생각보다 덜 줄었다”며 “대학이 2015학년도 입시를 해보고 나서 판단하겠으나 수시에서 우수한 학생을 입도선매할 수 있어 수시 선호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능·학생부·논술 세 마리 토끼 모두 잡아야=교육부가 2015학년도 입시부터 전형 방법의 수를 수시는 4개, 정시는 2개로 줄이기로 함에 따라 수시는 학생부 전형 위주로, 정시는 수능 위주로 재편됐다.
입시업체들은 평소 내신 관리를 꾸준히 해온 학생이 유리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수시모집에서 성적을 주로 보는 ‘학생부 교과’가 14만5576명, 입학사정관 전형인 ‘학생부 종합’이 5만9284명 등 학생부 위주 전형의 선발 인원이 20만4860명에 달한다. 전체 모집인원 대비 학생부 위주 전형의 비중은 54.0%로 올해 43.0%에서 7% 포인트 늘어난다. 특히 학생부를 100% 반영하는 대학이 87개교로 올해보다 6개교 증가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2015학년도 수시모집에서는 학생부 교과 중심 전형과 학생부 종합 전형의 모집 정원이 모두 늘어나 학생부 비중이 매우 커졌다”며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다면 수시모집에서 매우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덕 소장 역시 “학생부 종합전형은 기존의 입학사정관 전형과 비슷하다”며 “교과뿐 아니라 비교과 관리까지 잘한 학생이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내년도 대입에서 수능이 미치는 영향력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시에서는 전체 모집 인원의 31.4%에 달하는 11만8905명이 수능 위주 전형으로 선발된다. 수능 위주 전형 비중 역시 올해 24.1%에서 7.3% 포인트 늘었다.
정시에서 수능을 100% 반영하는 대학은 89개교로 올해보다 18개교 감소했으나 80∼100% 반영하는 대학은 60개교로 올해보다 44개교 늘었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정시 선발 비중이 서울지역 대학은 전년 37.6%에서 40.6%, 경기권은 37.1%에서 40.5%로 증가했다”며 “정시로 뽑는 인원이 많아진 만큼 자연스럽게 수능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발 인원이 소폭 줄어든 논술고사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 수시 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시행하는 대학은 29개교로 상당히 많다. 그중 서울 소재 대학들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대부분 논술고사를 시행하고 그 비중도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높다. 단 서울대가 정시에서 논술을 폐지함에 따라 정시 모집에서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은 한 곳도 없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수시모집에서 논술로 선발하는 인원은 1만7489명으로 전년보다 248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며 “큰 틀에서 수시는 학생부와 논술, 정시는 수능을 중심으로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전형 방법 숫자가 줄었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시와 정시 어느 하나도 포기하기 어려운 만큼 학습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만기 평가이사는 “올해 입시까지는 우선선발이 있어 수능만 잘하면 수시와 정시 모두 대비할 수 있었지만 2015학년도부터는 수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약화돼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겼다”며 “학생부와 논술, 수능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어 오히려 학생들의 부담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영덕 소장은 “수험생들은 수시모집에 대비해 지원 전략을 세우면서 정시모집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평소 수능 위주로 공부하되 수시모집에 대비해 논술 등 대학별 고사 준비에도 일정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대학 모집군 대거 이동…군별 지원 전략도 고려해야=내년 입시에서는 정시모집군이 올해와 달라진 대학이 많다. 서울대가 나군에서 가군으로 옮기면서 연세대 고려대는 가군에서 나군으로 이동했고, 나군이던 서강대도 가군으로 옮겼다.
가군 단독 모집 대학은 서울대·서강대·이화여대 등 27개교, 나군 단독 모집 대학은 고려대·연세대 등 23개교, 다군 단독 모집 대학은 한동대·차의과학대 등 17개교가 됐다(표3 참조). 가군과 나군으로 분할 모집하는 대학은 경희대·성균관대·한양대 등 37개교, 가군과 다군으로 분할 모집하는 대학은 숭실대와 동국대(경주) 등 28개교다. 나군과 다군으로 분할 모집하는 대학은 상명대(서울)·홍익대(서울) 등 28개교, 가·나·다군 분할 모집 대학은 건국대(서울)·중앙대(서울)·한국외대(서울) 등 47개교다.
또 내년 입시에선 정시모집에서 모집단위 내 군간 분할 모집이 금지됨에 따라(모집단위 입학정원이 200명 이상인 경우에 한해 2개 군까지만 분할모집 가능) 군별 지원 전략도 올해보다 세밀하게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덕 소장은 “2015학년도부터 대입 전형이 간소화되기는 했지만 수험생들은 전형 요소별 장단점을 잘 분석해 본인에게 유리한 맞춤식 전략을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학생부 성적과 논술고사 준비가 잘돼 있으면 수시모집, 수능 성적이 뛰어나면 정시모집에 맞춰 지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승훈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