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만에 유해로 돌아온 남편
입력 2013-12-23 02:27
6·25전쟁에 참가했다가 북한에서 사망한 미군 병사의 유해가 6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63년간 남편을 기다려온 94세 부인과의 ‘러브스토리’도 화제가 되고 있다.
전쟁 당시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한 조지프 갠트 전 일등상사의 유해가 20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했다고 AP 등이 보도했다. 그는 1950년 12월 평안북도 개천군 군우리 전투에서 북한군 포로로 잡혔고 이듬해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했다. 군우리 전투는 평양에서 북쪽으로 80㎞ 떨어진 군우리 일대에서 인해전술로 밀려오는 중공군을 막으며 미8군 주력부대의 철수를 지원한 전투다.
미 국방부 소속으로 하와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전쟁포로·실종자 합동조사본부’는 갠트 전 일등상사의 유해를 찾아 고향으로 귀환시켰다. 합동조사본부는 북한과 베트남 등지에 묻힌 미군 전사자 유해를 발굴해 미국으로 보내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60년이 넘도록 남편의 유해라도 돌려받기를 고대하던 부인 클래라 갠트(94)씨는 공항에 직접 나가 성조기가 덮인 갠트 전 일등상사의 관을 맞이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남편이 집으로 돌아와 기쁘고, 내가 살아있을 때 만날 수 있게 돼 더욱 기쁘다”며 “이제야 편히 눈을 감게 됐다”고 말했다. 부부는 1946년 텍사스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오는 기차 안에서 만나 사랑에 빠져 1948년 결혼했다. 부인 갠트씨는 “남편은 전쟁터에 나가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재혼하라’고 했지만 난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했고 말한 대로 여태까지 그의 아내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1924년생인 갠트 전 일등상사는 1942년 육군에 입대해 제2차 세계대전 때 남태평양 전선에서 싸웠고 많은 훈장도 탔다. 그의 유해는 로스앤젤레스 인근 잉글우드 공원묘지에 안장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