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제약, 32억 제공] 비리 의료인 처벌 미적… 행정처분 300여명 불과

입력 2013-12-23 02:50

올 초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이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청한 의사는 무려 1300여명이었다.

22일 발표된 삼일제약 사건의 범죄일람표상 연루 의사와 약사는 1132명이나 된다. 여기에 대웅제약, CMG제약, CJ제일제당, 삼일제약 등 올 들어 불거진 사건의 관련자까지 고려하면 행정처분 대상 의료인의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의료계에서는 “면허정지될 의사가 1만∼1만5000명”이라는 추측까지 떠돌고 있다.

그러나 “현역 의사의 절반이 불이익을 당할 판”이라는 의사들의 호들갑과 달리 실제 면허정지·취소 처분이 이뤄진 실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전후 사건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약사는 현재 300여명에 불과하다. 지난 9월말 국정감사 당시 복지부가 밝힌 ‘처분완료 74명’보다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속도는 느리다. 리베이트 쌍벌제란 의약품 처방의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만이 아니라 의료인까지 처벌하도록 한 약사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행정처분이 늦어지는 첫 번째 원인은 쌍벌제 도입 전 사건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현재 법원에는 쌍벌제 이전 금품수수로 면허정지를 당한 의사들이 행정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2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300만원 이하 소액 수수에 대한 고민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감사원이 300만원 이하 수수자에 대해서도 제재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내부적으로 몇십만원을 받은 경우까지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해 이견이 있다”고 난감해했다.

한편에서는 쌍벌제 시행 이후에도 수법만 교묘해진 채 리베이트가 여전하다는 사실이 수사로 드러남에 따라 쌍벌제 무용론도 나온다. 복지부 황의수 약무정책과장은 “신약개발보다 제네릭(복제약)에 의존하는 국내 제약업계 특성상 리베이트로 시장을 확보하는 과거의 영업관행이 한순간에 사라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쌍벌제 시행 이후 의료계에서 리베이트가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차츰 나아질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