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민주노총 첫 강제 진입] 勞 “민영화 출발점”-政 “경쟁 강화” 평행선

입력 2013-12-23 02:22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 22일로 14일째에 접어들었지만 수서발 KTX 운영 법인 설립에 대한 정부와 철도노조의 입장차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 ‘철도 민영화 출발점’이라는 노조 측과 ‘공공부문 내 경쟁’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평행선만 긋고 있다. 자회사 설립에 따른 경쟁 효과에 대해서도 양측은 상반된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독일 사례를 참고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지주회사로 하고 여객 출자회사 등을 자회사로 하는 철도산업 발전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2009년 기본 계획이 고시된 수서발 KTX 자회사는 여객 출자회사에 포함돼 코레일이 30%를 출자하고 경영권을 확보하도록 했다. 이후 코레일 출자 비율을 41%까지 늘리고 나머지 59%는 연기금 등 공공자금이 부담하도록 계획이 변경됐다.

정부는 민영화 논란을 의식해 민간 매각 제한에 동의하는 공공자금만 유치하고, 정관에 민간 매각 제한을 명시토록 했다. 또 지분 매각 시 이사회 특별결의(3분의 2 출석, 5분의 4 찬성)를 통해서만 가능토록 하고, 매각제한 정관 변경 시에도 특별의결토록 하는 등 민영화를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3개 법무법인을 통해 관련 대책의 실효성도 검증했다고 밝혔다.

파업 이후에도 정부는 이를 근거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와 무관함을 역설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누차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도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한 데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같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정부는 철도노조가 민영화 반대를 앞세워 17조원이 넘는 부채를 가진 코레일이 경쟁 체제에 뛰어드는 것 자체를 막으려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정부의 ‘안전장치’가 실질적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지분 민간 매각 처분을 제한하는 것이 상법과 대법원 판례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면 수서발 KTX 법인 면허를 박탈하겠다”는 서 장관의 약속에 대해서도 “인허가 규제 방안 역시 위법이고 무효”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코레일이 지금은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향후 입장이 바뀌면 언제든 정관을 개정해 지분을 민간에 매각할 수 있는 만큼 민영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정부가 참고한 독일식 모델이 당초 민영화를 전제로 한 것이란 점도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특히 수서발 KTX 설립으로 코레일 매출이 연 5000억원 이상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경쟁은커녕 중복 비용 등 비효율 문제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자회사와 지주회사의 경쟁을 통한 수요 확대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입장이지만 인천공항철도, 용인경전철 등의 실패에서 보듯 수요예측은 쉽지 않다. 아울러 정부가 인천공항철도 부실, 용산역세권 개발 좌절 등 정책 실패에 따른 부채를 코레일에 넘기고 나서 부채 비율이 높다고 비판하는 것에 대한 노조의 반감도 크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