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민주노총 첫 강제 진입] 강경한 政·맞서는 勞 사회적 대화 물건너가나
입력 2013-12-23 02:20
박근혜정부의 노·정 관계가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강경 대응을 원칙으로 삼고, 노동계는 파업으로 맞서면서 사회적 대화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고용률 70%와 통상임금, 장시간 근로 개선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노동 없는 일방통행’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22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파업은 어떤 명분과 실리도 없는 불법파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사무실 침탈과 철도노조 탄압은 전 노동자와 민주노조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오는 28일 총파업 돌입을 결의했다.
철도노조 파업과 정부의 대응은 악화된 노·정 관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부는 사회적 대타협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이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다. 정부는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이유로 지난 8월 전국공무원노조가 제출한 설립신고서를 반려했고, 지난 10월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노조 아님’을 통보하며 갈등을 키웠다. 정부는 법과 원칙을 내세웠지만 노동계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공교롭게도 지난 8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선명해졌다.
강경 대응 기조가 전임 이명박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정부는 집권 초기인 2008년 ‘광우병 촛불 사태’와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계기로 정국 장악력을 급속히 상실했다. 이에 따라 경제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박근혜정부가 초반부터 노동계와의 기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대화 대신 법과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에 ‘백기투항’을 요구하면서 일자리만 강조하는 것은 반쪽짜리 노동정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장 정부가 대화 파트너로 삼았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마저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관계법안 처리가 무산되자 성명을 내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없다면 결국 투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며 “노조법 개정과 최저임금 개선,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노동 현안 해결을 위해 전체 노동계와 힘을 모아 강고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했다.
통상임금 판결 이후에도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통상임금의 범위와 소급분을 놓고 줄소송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22일 “정부가 노동계를 경제 활성화의 걸림돌로 보고 강경 드라이브만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사정위에 힘을 실어주는 등 대화 채널을 복구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