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美 군용기 피격… 미국인 구출 차질
입력 2013-12-23 01:29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격렬한 남수단에서 현지 자국민을 탈출시키려던 미군 수송기가 총격을 받고 기수를 돌렸다. 미군 부상자가 발생했고 교민 구출 작전은 중단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군사력으로 정권을 잡으려고 하면 국가적 비용을 치를 것이라며 남수단 쿠데타 세력에 경고했다.
미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남수단 보르에서 미국민을 탈출시키려고 착륙하던 군용기 3대가 지상 공격을 받아 미군 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보르는 종글레이주(州) 주도로 우리나라 한빛부대가 현지 재건 지원을 위해 주둔한 지역이다.
공격당한 군용기는 수직 이착륙 수송기 오스프리 CV-22다. 이들은 무장괴한의 소총 사격 탓에 작전을 포기하고 우간다 엔테베로 방향을 틀었다고 미군 당국자는 CNN방송 등에 설명했다. 부상자들은 치료를 위해 케냐 수도 나이로비로 이송됐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차 하와이로 가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이를 보고받았다. 그는 “남수단에서 군사력으로 권력을 잡으려고 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지원이 중단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백악관이 성명에서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수단 지도자들은 주바와 보르에서 미국인을 보호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15일 남수단 수도 주바에서 벌어진 쿠데타 시도 이후 정국 불안이 고조되자 자국민 소개 작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는 자국민과 외교관을 보호하기 위해 미군 45명을 남수단에 배치했다.
종족 갈등에 기초한 남수단 정부군과 반군 간 유혈충돌은 주바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지난 19일 종글레이주 아코보에서는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가 공격을 받아 인도 국적 유엔군 3명과 민간인 1명이 숨졌다.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누에르족 청년들의 소행으로 전해졌다. 당시 기지 안에는 살바 키르 대통령과 같은 딩카족 출신 민간인 30여명이 피신해 있었다. 20일에는 종글레이주 유아이로 가던 유엔 헬기 4대 중 1대가 소총 사격을 받았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남수단 지도자들이 반군을 통제 아래 두고 민간인 공격을 즉각 중단해야 할 시간이 왔다”며 사태 해결을 돕고자 도널드 부스 대사를 수단·남수단 특사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앞서 키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성명에서 남수단 내 1600명에 달하는 케냐 국민의 출국을 돕기 위해 케냐 방위군을 남수단에 파병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등 외국 석유회사는 현지 직원을 대피시키는 중이다.
필리핀 마닐라를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2일 남수단 폭력사태로 수만명의 주민들이 위험에 빠져 있다고 경고하며 사태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아프리카연합(AU)은 남수단 정부군과 반군에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전투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