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경제까지 직접 챙긴다
입력 2013-12-23 02:45
중국이 사실상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원 톱’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시 주석이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의 몫으로 여겨졌던 경제 문제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최대 권력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중국 지도부의 역학 관계 변화를 보여주는 근거로 두 가지 사례를 들었다. 우선 최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중국 방문 때 중요 일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당초 리 총리와 예정돼 있던 만찬은 점심으로 대체되고 시 주석과의 만찬이 새로 잡힌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국가 원수가 아니기 때문에 시 주석과는 간단한 면담 일정만 잡혀 있는 상황이었다. WSJ는 시 주석이 외국 정상과의 만남에서 경제 문제를 직접 설명하고 경제 개혁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는 또 다른 사례다. 관영 신화통신은 3중전회 후 중국의 경제 개혁안에 대해 시 주석이 초안에서 최종안까지 중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도했다. 특히 시 주석의 이름은 34차례나 언급됐지만 리 총리는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20년 가까이 주석과 총리의 역할 분담 체제가 확립돼 왔다. 통상 주석은 정치·외교·안보를 담당하고, 총리가 경제를 관장했다. 후진타오 주석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등 경제 문제는 원자바오 총리가 주도했고, 앞서 장쩌민 주석 시절에도 주룽지 총리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국영기업 개혁 등을 관장했다.
WSJ는 “최근 중국은 시 주석이 경제 정책을 결정하고 리 총리는 정책을 실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중국의 경제 정책이 리 총리의 이름을 딴 ‘리코노믹스’에서 시 주석의 ‘진핑노믹스’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맹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