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긴박한데… 美 국방부 고위직 줄사표

입력 2013-12-23 01:41

북한의 장성택 처형 등으로 한반도 정세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 국방부의 고위직이 잇따라 사표를 내고 있다. 한반도 등 동북아를 담당하는 요직의 상당수는 최소한 3개월 동안 대행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방미 중이던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이 국방부 청사(펜타곤)를 방문해 만난 미국 측 인사는 마크 리퍼트 국방장관 비서실장 한 명뿐이다. 김 차관이 만났어야 할 정식 업무 카운터파트는 부장관, 정책차관, 아태담당 차관보 등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최근 사표를 내거나 사의를 표명하는 바람에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펜타곤 2인자인 애슈턴 카터 부장관이 이달 초 퇴임했고, 한반도 정책을 총괄해온 제임스 밀러 정책차관이 곧이어 사표를 냈다. 한·미동맹과 안보현안을 실질적으로 챙겨온 피터 라보이 아태담당 차관보도 내년 1월 퇴임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여기에 북핵문제를 다루는 매들린 크리든 세계전략문제담당 차관보도 사표를 내고 정부 내 핵안보 담당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펜타곤 주변에서는 사표를 낸 인사들 대부분이 리언 패네타 전 장관의 측근들인 것으로 알려져 집권 2기를 맞아 척 헤이글 현 장관의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물갈이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헤이글 장관이 후임자를 지명하더라도 차관보 이상의 고위직은 상원의 인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상원 인준은 최소 3개월 소요된다. 워싱턴 소식통은 “대행체제로 운영돼 업무 차질은 없겠지만 적극적인 정책 입안과 추진은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