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도파업으로 또 드러난 우리사회의 수준

입력 2013-12-23 01:48

만연된 불통과 독선이 서로에게 불신과 자괴감만 남겨

철도노조 파업 14일 만에 공권력이 투입됐다. 경찰이 공권력으로 민주노총에 있던 노조간부 등 노조원들을 전격 연행했다. 이어 정부는 안전행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장관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파업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법치의지를 강조했다. 법치국가에서 불법파업을 주도한 노조원들이 법원의 체포영장을 거부하는 것은 초탈법적 행위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공권력 투입은 법치라는 면에서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휴일 오전 TV생중계를 통해 노조간부들이 있는 민주노총 건물에 공권력이 투입되는 장면을 착잡한 심경으로 지켜보았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나 하며 소통부재와 불신을 느껴야 했다. 세계 8대 무역국가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가 넘는 우리가 지금도 후진적 상황을 되풀이해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을 떨칠 수 없다.

대화나 설득, 타협이나 협상이 없다. 노조는 무조건 ‘철도민영화 반대’라는 구호를 앞세우고 정부를 무력화하겠다는 듯 밀어붙여만 왔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장관과 부총리는 물론 지난 16일 대통령까지 나서 수서발KTX 법인 설립이 결코 철도민영화가 아니라고 해도 노조는 이를 믿지 않았다.

코레일 부실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17조원에 달하는 과도한 부채에 글로벌 경쟁력은커녕 갈수록 어려운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다. 그런 만큼 독점체제로 운영되어온 코레일에 내부경쟁을 도입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수서발KTX 법인화의 핵심이다. 코레일이 경영지배권을 갖는 자회사를 설립해 코레일 41%, 공공자금 59%로 공공부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더 이상 코레일 부실을 방치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노조는 민영화라며 국민여론을 호도해 왔다.

소통부재와 불신의 골이 너무나 깊다. 실례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1일 수서발KTX 법인이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지 못하는 조건으로 면허를 발급했으며 지분 매각시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서 장관 발언 후 유언비어와 괴담이 더 확산되고 있다.

불법파업과 공권력투입의 악순환은 끝내야 한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양극단에 서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정치는 극단이 아니라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TV 생중계된 현장의 정치인들의 모습은 너무 달랐다. 노조원들과 함께 공권력 무력화를 주도하는 통합진보당 의원들, 그리고 현장에 달려간 민주당 의원들은 과연 무엇을 기대하는지 묻고 싶다. 정부 여당도 사회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소통과 협상 자세가 너무 안이했다.

우리 사회에는 거친 구호와 투쟁만 있을 뿐 대화와 협상의 노력들이 없다. 이제라도 노조는 국민 불편을 주는 불법파업을 끝내고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 회사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는 코레일 노사가 신뢰할 수 있도록 중재를 통해 사태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