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팎으로 흔들리는 軍심리전단 재정비가 먼저
입력 2013-12-23 01:37
대한민국 사이버 공간에 대한 북한의 남침이 위험 수위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아무런 대비도 없이 설마 하던 6·25 전쟁 직전을 연상케 한다. 정부 차원의 대응 조직이 북에 비해 턱없이 왜소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나마 활동해 온 국방부와 국정원의 사이버 조직이 ‘대선 댓글 사건’에 휩싸여 기능 마비 상태다.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북한의 사이버전은 엄청난 파괴력을 갖춘, 현존하는 위협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지난 2월 해커부대를 방문해 “정찰총국과 같은 용맹한 사이버 전사들만 있으면 그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의 사이버 부대원은 3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남한의 주요 전산망에 침투해 비밀자료를 빼내고 바이러스를 유포하는 정예요원만 3000명가량 된다는 것이 우리 군의 판단이다.
그런데 북한의 2009년 7·7 디도스 공격을 계기로 2010년 창설된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지금 사실상 무장해제돼 있다. 야당의 문제 제기로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정치개입 여부 조사를 받느라 만신창이가 됐다. 핵심인 심리전단이 정치에 조직적 개입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군 검찰로부터 추가 조사를 받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심리전단의 이 모 단장이 자신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부하직원을 고소하고, 이에 부하직원이 강력 반발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군 지휘부는 무얼 하고 있기에 상명하복이 생명인 조직이 이렇게 와해돼 버렸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간의 사이버사령부 수사에 대해 야당은 ‘꼬리 자르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와 상관없이 군 검찰의 보강 수사와 재판이 최소한 내년 상반기 내내 이어질 텐데 북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올 경우 누가 어떻게 막을지 걱정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수사는 가급적 빨리 마무리해야겠다. 군 검찰은 국민들이 조사본부 수사 결과를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점을 중시하고 원점에서 재수사한다는 자세로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 윗선 숨기기에 급급할 경우 야권이 요구하는 특검 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방부는 군 검찰의 수사 추이를 봐가면서 사이버사령부를 조속히 재정비해야 한다.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도 적의 공격은 막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국회 국가정보원개혁특위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이 대선개입 의혹이 있는 국정원 사이버 조직을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모양인데 안 될 말이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그겠다는 꼴이다. 선거나 정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완벽하게 마련하되 대북 정보활동은 보장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