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보는 2013 NGO… 대북 지원 사업 위축, 필리핀 긴급구호 활발

입력 2013-12-23 01:28


올 한해 NGO들도 많은 일을 겪었다. 전반적으로 후원과 모금이 크게 성장하지는 못하는 상황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NGO의 지평을 넓혔다. NGO계에 있었던 주요 사건과 흐름을 정리해 본다.

① 대북 인도적 지원 조심스레 재개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올해는 새정부 대북 포용정책의 일환으로 NGO들의 북한 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통일부는 7월과 9월 2차례에 걸쳐 일부 NGO의 북한 방문과 밀가루 등의 인도적 지원을 승인했다. 여름에는 북한 평안남도의 폭우로 청천강이 범람하면서 수재민이 발생해 북한이 직접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승인한 인도적 지원 물품에는 쌀은 물론 밀가루조차 제외됐다. 약품과 옥수수 등에 대북 인도적 지원도 금액이 제한적이었다.

이마저도 하반기에는 남북 관계가 더욱 경색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한 NGO 관계자는 “올해 다시 찾은 평양이 활기찬 모습이어서 깜짝 놀랐다”며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② 필리핀 긴급구호

11월 8일 필리핀 레이테섬 일대에 닥친 사상 최악의 슈퍼태풍 하이옌이 1만여명의 사망자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긴급구호 단체들은 세계 어느 단체 못지않게 빠르게 현장에 도착해 유엔과 협조 아래 체계적인 구호 작업을 펼쳤다. 국내 모금에서도 ‘한국교회 필리핀 재해구호 연합’이 결성되었다. 재해구호연합의 김종생 사무총장은 “아이티 대지진과 일본 대지진 등 앞선 재난 당시 협력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NGO와 한국·필리핀 교회, 선교사가 함께 협력하고 있다”며 “타클로반 등 피해가 큰 지역 중 복구작업에서 소외된 지역을 찾아가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반기에 집중적인 캠페인을 펼쳤던 시리아 난민 사태 문제는 국제사회의 중재노력이 지지부진하면서 모금활동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③ NGO 원로들의 잇따른 별세

‘사랑의 빵 저금통’을 처음 만든 이윤구 전 대한적십자 총재가 8월 30일 별세했다. 월드비전 유엔아동기금 등에서도 지도력을 발휘했던 윤 전 총재의 장례식은 34개 NGO 공동으로 치러졌다. 지난달 28일에는 한국기아대책 창립 멤버인 정정섭 회장이 오랜 투병 끝에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한국YMCA 사무총장을 지낸 강문규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도 이달 18일 별세했다. 한국 NGO의 전환기와 성장기를 이끌어온 원로들의 잇따른 타계는 한국 NGO운동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④ 교회, NGO 설립 활발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가 설립한 NGO ‘더멋진세상’이 올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도 예배당 이전을 계기로 NGO 설립을 추진하는 등 대형 교회들이 직접 NGO를 설립하는 흐름이 더욱 확산된 한 해였다. 만나교회가 시작한 ‘월드휴먼리서치’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굿피플’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NGO 설립은 기업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교회와 구호·개발 사업의 연계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전문성이나 효율성 그리고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 등에서는 취약점을 드러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