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안 막판협상, 국민의 시각으로 임하라
입력 2013-12-23 01:27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가 세부사업별 심사를 끝내고 22일 증액 심사에 들어갔다. 휴일을 반납하고 일요일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은 그동안 지겹도록 싸움만 하다 벼랑 끝으로 몰린 결과다. 그럼에도 여야는 정신을 차리기는커녕 일부 예산에 대해 사업의 타당성보다는 정치논리를 앞세워 ‘깎아야 한다’ ‘못 깎는다’며 여전히 다툼 중이다. 여야가 삭감 심사를 매듭짓지 못하고 보류한 사업이 120개가 넘는다. 이러다 해를 넘겨 예산안이 통과된 지난해 예산심사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라고 무조건 원안 통과만을 고수해선 될 일도 안 된다. 공약이라도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전시성 사업은 대폭 또는 전액 삭감하는 게 정답이다. 무려 402억원이 편성된 DMZ세계평화공원 조성 사업이 그렇다. 남북이 화해보다 대결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서 DMZ세계평화공원이 과연 제 기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이 사업은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해야 사업 취지에 맞고 실효성도 높다. 서두를 사업이 결코 아니다. 창조경제 기반 구축(45억원), 창조경제 종합지원(69억원), 밝고 건강한 국가사회 건설(12억원) 예산 같은 구체성을 결여한 사업 등도 손질해야 마땅하다. 새누리당은 여당이기 이전에 행정부의 무분별한 예산 집행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국회를 구성하는 일원이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망각해선 안 된다.
대통령 공약이면 무턱대고 깎고 보는 민주당 또한 새누리당보다 나은 게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밖에 해석되지 않는 무리한 주장으로는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일부 일자리 관련 사업을 보류시킨 것이나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일탈행위가 있다고 해서 그 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을 무시한 정치공세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이 ‘대통령 공약사업=불요불급한 예산’이라는 편협한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한 건설적인 내년도 예산 편성은 기대난이다. 예산은 한 해의 나라살림이다. 오로지 국민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내년 국민들 주름살이 조금이나마 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