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대자보 차단하기… 교육부, 시·도교육청에 공문

입력 2013-12-21 02:44

교육부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와 관련해 각 시·도교육청에 학생 생활지도를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하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예상된다.

20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 학생복지정책과는 지난 18일 ‘학년말 학교 면학분위기 유지를 위한 생활지도 협조’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발송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시내 각급학교에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내려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공문에서 “최근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이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내용을 학교 내에서 벽보 등을 통해 주장함으로써 학년 말 학교 면학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썼다.

공문은 이어 “이와 관련해 각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학교 분위기 속에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더 큰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생활지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는 문구를 담고 있다.

교육부가 공문을 발송한 뒤 서울시교육청 외에도 경북교육청 등 일부 시도교육청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협조 공문을 각급 학교에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의 이번 공문 발송은 대학가에서 촉발된 ‘안녕들 하십니까’ 파장이 일선 고교 등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회적 논란의 여파가 학교 안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교육부 내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그간 학생자치와 토론수업, 동아리활동 등을 권장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대자보 차단 공문 조치는 과잉 대응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육부의 이번 조처는 민주시민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자질인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토론할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