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카메라의 진화] 내 손은 분명 떨고 있었는데… 폰카 속 그녀는 너무 선명했다

입력 2013-12-21 01:28


파워블로거 이모(35·여)씨는 사진 찍는 게 취미다. 음식점이나 카페 사진은 물론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까지 블로그에 올려 여러 사람과 공유한다. 이씨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몇 년 전에 DSLR까지 구입했지만 지니고 다니기가 불편해 결국 DSLR로 사진 찍기를 포기했다. 대신 일명 ‘똑딱이’로 불리는 소형 디지털카메라(디카)를 지니고 다녔다.

이마저도 불편하던 참에 석 달 전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로는 똑딱이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우연찮게 스마트폰카메라(폰카)로 찍은 사진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뒤로는 폰카로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올린다. 이씨는 “폰카로 사진을 찍고, 포토숍 등으로 조금만 보정해 주면 일반 디카 못지않은 훌륭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폰카가 빠르게 진화하면서 디카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전자업체들은 계속해서 더 높은 화소의 폰카를 내놓고 있다. 각종 부가기능을 탑재해 더 높은 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똑딱이를 따라잡은 폰카가 DSLR이나 미러리스 같은 고성능 카메라 수준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폰카 화소경쟁은 계속된다=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 위주로 재편되고 있지만 스마트폰용 카메라는 화소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1300만 화소에 이르는 카메라 모듈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등장한 가운데 중·저가 스마트폰도 800만 화소 모듈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카메라 모듈이란 스마트폰, 태플릿PC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서 사진·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도록 카메라의 주요기능을 집약해 손톱만한 크기로 만든 초소형 부품이다.

폰카의 화소 수는 2011년 삼성 갤럭시 S2에 800만 화소급 카메라가 탑재된 이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올해 나온 LG 옵티머스 G에는 1300만 화소 카메라가 달려있다. 갤럭시 S4, 소니 엑스페리아Z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1300만 화소급 카메라를 채택하면서 고화소 카메라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디카의 화소경쟁은 2010년을 전후로 1500만 화소급에서 마무리됐다. 대신 색상재생이나 ISO(사진의 감도), 오토포커싱 등 부가 기능이 강조된 카메라들이 출시되고 있다. 반면 폰카에서는 여전히 화소수가 중요하다. 신영증권은 지난달 관련 보고서를 내고 “최근 들어 카메라의 기술적 차별화 포인트가 부각되고 있으나 카메라 모듈의 진화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것은 화소”라고 강조했다.

카메라 모듈 생산업체 관계자는 20일 “폰카는 카메라 모듈이 매우 작고, 렌즈나 이미지 센서(화상을 전기신호에서 영상신호로 변환시키는 기능을 하는 반도체)가 일반 카메라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화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화소를 높이고 동작인식 등 각종 부가기능을 개발해 추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자업계는 내년에도 앞 다퉈 높은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팬택 등 주요 업체들은 내년 상반기 16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한 뒤 하반기에는 20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일 전망이다.

◇폰카의 미래는 DSLR?=똑딱이 수준까지 발전한 폰카는 고성능 DSLR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이를 두고 ‘폰카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과 ‘DSLR 수준을 넘볼 수 있다’는 낙관론이 뒤섞여 있다.

비관론은 주로 폰카의 태생적 한계에 주목한다. 애초에 사진을 위해 태어난 DSLR과 휴대성을 목적으로 태어난 폰카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비관론자들은 카메라 이미지 센서의 차이에 주목한다. DSLR의 경우 카메라 이미지센서의 크기가 500원짜리 동전만하다. 반면 폰카는 쌀알만하다. 센서가 크면 어두운 환경에서도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아웃포커싱(피사체를 선명하고 또렷하게 보이게 하고 그 뒤의 배경은 흐릿하게 만드는 것)이 좋아지며 넓은 풍경을 담을 때도 유리하다. 반대로 센서가 작으면 어두울 때 화질이 떨어지고, 화각도 고정된다. 아웃포커싱도 불가능하다. 손톱만한 크기의 카메라 모듈에 들어가는 이미지 센서를 무작정 크게 만들 수도 없다.

렌즈의 차이도 있다. 폰카는 일반 카메라와 달리 빛을 받아들이는 렌즈 크기가 매우 작다. 어두운 곳에서 작은 렌즈로 찍으면 빛의 양이 부족해 이미지가 흔들린다. 사진 촬영 시 DSLR의 줌렌즈와 질적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이어지면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디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광학식손떨림방지(OIS) 기능은 스마트폰에도 채택되고 있다. LG G2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를 적용했고 소니, 애플 등 대형 제조사들도 최근 신제품에 같은 기능을 탑재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화소를 높이는 작업 외에도 자동초점(AF) 액추에이터 및 광학기술 등 다른 부분에서 폰카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폰카가 DSLR 수준의 사진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