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탄생과 돈] 요즘 추세라면… 5억∼20억이면 창당
입력 2013-12-21 01:48
신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창당을 하려면 돈은 얼마나 들까. 신당이 거대한 ‘배’라면 거액의 창당 자금은 배를 띄우기 위한 연료다. 연료가 많으면 배를 쉽게 띄울 수 있지만 까딱하다간 배가 뒤집어진다. 실제 수많은 정치인들이 창당 자금 때문에 사법처리를 받았다. 창당 자금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한 최근에는 당원들만 있다면 100억원이 넘는 큰 돈은 필요 없다는 분석이다. 창당 경험이 있는 정치인들은 요즘 추세라면 5억원 정도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5억원이면 가능 vs 20억원은 있어야
안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이후 새 정치를 이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새 정치에도 돈은 현실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20일 “일부에서는 창당하면 돈이 들고, 유지하는 데 돈이 더 드니 창당 시점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누군가의 돈을 풀어서 창당하는 것은 사당(私黨)이니까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부자라고 해서 창당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고, 새 정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후원에 의지하겠다는 뜻이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곳은 국민참여당과 정의당이다. 두 정당의 창당 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는 정의당 권태홍 사무총장은 “자발적인 당원으로 운영되는 대중 정당은 창당하는 데 5억원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앙당사 임대료와 당 홈페이지만 만들면 나머지는 ‘쓰기 나름’이라고 한다.
정의당의 경우 서울 여의도 당사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600만원이다. 여기에 당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에 5000만∼1억원이 소요됐다. 전당대회 비용은 5000만∼1억원이었고, 광고 홍보비 및 창당대회 신문고시 비용 등이 들었다. 다 합쳐서 5억원이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옛 국민참여당은 창당 펀드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5억원은 무리라는 시각도 많다. 조직 관리에 정통한 민주당 소속 3선 의원은 “2000년 이전에는 50억∼60억원 정도가 기본이라고 했다”며 “아무리 날림으로 만들어도 10억∼20억원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도당 지원 자금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도 여러 차례 당명을 바꾸긴 했지만 기존 당 조직에다 로고 정도만 바꾸는 것이어서 비용은 수천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배보다 큰 배꼽, 정당 운영비용
‘배보다 큰 배꼽’이라 할 수 있는 운영비용은 어떻게 충당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당비다. 정당법 17∼18조에 따라 중앙당을 창당 하기 위해선 당원 10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시·도당 5곳 이상이 필요하다. 창당하려면 최소한 당원 5000명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당원들이 매달 1만원씩 내면 최소한 운영비가 마련될 수 있다.
반면 유력 정치인 중심으로 ‘상명하달’식 정당을 만들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자발적이고 충성도가 높은 당원이 없기 때문에 사람을 모으고 움직이는 데 다 돈이 들어간다.
권 사무총장은 “창당 자금은 자발적인 당원이냐 동원된 당원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돈을 줘서 일하게 하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기 때문에 돈을 줘야 움직이는 ‘자판기 정당’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말했다.
신당에 현역 국회의원이 많다면 자금 상황이 훨씬 좋아진다. 교섭단체 여부, 의원 수에 따라 국고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 4분기의 경우 국고보조금이 새누리당 43억4354만원, 민주당 39억8207만원, 통합진보당 6억8447만원, 정의당 5억841만원 등으로 각각 배분됐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