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이퍼링’ 파장] 아이켄그린 韓銀 고문 “찻잔 속 태풍”-해외 대형 IB들 “축소 압력 가속”
입력 2013-12-21 03:32
“아무런 신호도 주지 않는 의미 없는 소음에 가깝다. 신흥국들은 예전보다 잘 준비돼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한국은행의 고문인 UC버클리대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지난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문을 내고 “양적완화 축소는 ‘찻잔 속 불붙이개(Taper in a teapot)’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찻잔 속 태풍(tempest)라는 말을 테이퍼링(tapering)에 빗댄 표현이다. 그만큼 테이퍼링의 수준이 온건했고, 이에 따라 일각이 우려하는 신흥국 경제 위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었다. 그는 “자산매입 축소 규모인 100억 달러는 보유자산이 4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중앙은행에 ‘빙산의 일각(a drop in the bucket)’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지난 5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언급으로 자금 유출 등 홍역을 치렀던 신흥국들에 대해서도 “지난 5월처럼 주식·외환시장이 고평가돼 있지 않고, 외국인 자금에 의존하지도 않는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해외 대형 투자은행(IB)들의 시각은 조금 달라 보인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미국의 실업률은 내년 중반쯤 6.5%로 하락할 것이고, 자산매입도 내년 여름에 종료될 것”이라며 “다음 자산매입 축소는 이번보다 규모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치뱅크도 “이번 결정에서는 실업률 6.5% 이하에서도 제로금리를 유지한다는 등 ‘비둘기파’ 성격이 짙었다”며 “내년 1월엔 양적완화 추가 축소가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도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 착수되면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 재연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2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분기 만에 가장 높아 향후 양적완화 축소 압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4.1%를 기록, 시장 전망치인 3.6%를 훌쩍 넘어섰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