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이퍼링’ 파장] 전문가들이 보는 재테크 전략… ‘기러기아빠들’ 달러화 저점 때 분할 매수
입력 2013-12-21 01:33
해외에 있는 자녀에게 매월 생활비를 송금하는 ‘기러기아빠’ A씨.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이하로 떨어진 지난 9월부터는 같은 금액의 달러를 송금하는 데 드는 원화 지불액이 확실히 줄었다. 1억7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로만 매달 60만원 정도를 내고 있는 B씨. 올 초 장기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탔지만 변동금리 상품 이자율이 내려가면서 다시 변동금리로 변경할지 고민이다. A씨와 B씨에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은 새로운 재테크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시중에 풀린 달러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달러화 강세, 시중금리 상승 등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단 달러화는 ‘상승’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20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1원 오른 달러당 1061.2원에 거래를 마쳤다.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된 전날에 원·달러 환율은 무려 8.8원이나 올랐다. 반면 금값 등은 상대적으로 하락세다. 금 선물가격은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4% 급락했다. 2010년 8월 3일 이후 3년4개월 만에 최저치다.
외환은행 분당중앙지점 이종면 수석PB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며 “장기간 고정적으로 해외에 송금할 분들은 한꺼번에 달러를 많이 매입하기보다는 꾸준히 (단기 저점)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화예금 통장이나 역외펀드를 활용하는 재테크 전략도 권유했다. 이 수석PB는 “역외 펀드는 현재 환율로 달러를 사서 나중에 환급받을 때도 달러로 돌려받을 수 있다”며 “달러 가치가 계속 상승한다면 투자 이익뿐 아니라 환차익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과 관련,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동안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수 있다”며 변동금리 대출상품을 추천했다. 가계 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에 ‘독(毒)’이 될 수 있음을 금융당국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 권유다. 현재 변동금리 방식의 대출 금리는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저 연 3% 중반까지 낮아졌다. 반면 금리가 올라도 이자 부담액이 바뀌지 않는 고정금리 대출은 연 4% 중반 수준이다.
기업은행 강민구 한남동 PB센터 팀장은 “미 국채 금리도 기준 금리 변동이 없는 한 더 오르기 힘든 상황이며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 부동산 경기도 침체돼 있어 한동안 저금리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며 “고정금리 대출자라면 연초 중도환매 수수료가 면제되는 특판 상품 등을 이용해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에 예상보다 급격한 양적 완화 축소가 진행되면서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변동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