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트리 맨 위에 별, 십자가 어느게 정석일까?

입력 2013-12-21 01:30

전 세계적으로 성탄트리의 맨 윗부분에는 별 모양을 장식하는 게 일반적이다. 별은 예수 탄생을 알린 신호(마 2:9)이자 예수 자신이 말한 ‘빛나는 샛별’(계 22:16)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거리에서는 별 대신 십자가가 걸린 성탄트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교계 연합기관이 주관해 설치한 성탄트리는 어김없이 십자가를 볼 수 있다. 십자가 성탄트리는 왜 생겼을까.

교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십자가를 사용하는 것은 성탄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나타내려는 측면이 강하다. 성탄절이 기독교 명절인 만큼 십자가로 주인공을 분명히 보여주자는 것이다. 이는 성탄절이 세속·상업화되면서 예수의 자리를 산타클로스와 쇼핑문화가 차지해버린 것에 대한 반격의 측면이 있다.

CTS기독교TV 관계자는 20일 “별 장식은 일반화돼 있는 데다 요즘엔 성탄절의 주인공이 망각되는 실정”이라며 “인류 구원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를 부각하기 위해 십자가를 달았다”고 말했다. CTS기독교TV는 지난해부터 기독교 기관과 협력해 서울광장에 높이 18m의 성탄트리를 설치하고 있다.

서울광장에 성탄트리가 등장한 것은 1960년대 말부터다.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국가 재건과 발전의 의지를 다지고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초기엔 별과 십자가가 번갈아 설치됐고 한동안은 별만 사용됐다. 그러다 2002년 기독교계가 자체 예산을 들여 트리를 설치하면서 줄곧 십자가로 빛을 밝혔다.

십자가 성탄트리는 부산역 광장에서도 볼 수 있다. 15m 높이의 성탄트리는 부산기독교총연합회 등 부산 교계가 해마다 제작, 설치하고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부산 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에서도 성탄트리를 볼 수 있다. 광복동의 성탄트리 꼭대기엔 별 장식이 달렸다. 하지만 트리 아랫부분엔 말구유와 아기예수 모양의 구조물이 설치돼 성탄절의 의미를 살렸다.

경기도 동두천시의 크리스마스트리 축제의 성탄트리는 ‘혼합형’이다. 별과 십자가를 함께 설치한 형태로 중앙로 성탄트리의 경우 꼭대기에는 별 모양 장식이, 가운데에는 십자가를 사용해 성탄의 의미를 되살렸다. 광주시 구 전남도청 광장에 만들어진 성탄트리도 십자가와 별 모양 장식을 함께 설치했다. 트리 중간에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 사인도 넣어 성탄의 주인공을 소개했다.

십자가 성탄트리는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트리의 뼈대 자체를 대형 십자가로 만들어 장식한 경우도 있으며 성탄트리에 장식용 십자가를 많이 걸어놓기도 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