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 놓고 美 상원-백악관 맞서

입력 2013-12-21 01:33

미국 상원이 19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새 제재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서방국가와 이란 간 핵협상이 타결된 지 한 달도 안돼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상원 외교위원장을 필두로 찰스 슈머(민주·뉴욕), 마크 커크(공화·일리노이) 의원 등은 ‘핵무기 없는 이란 법’이란 명칭을 붙인 법안을 발의했다. 이란이 제네바 합의를 깨고 핵 개발을 지속할 경우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담았다. 미국 전체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민주·공화 양당 13명씩 총 26명 의원이 법안 발의에 사인했다. 며칠 전부터 백악관에서 발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강행했다.

메넨데즈 외교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그간의 제재가 이란을 핵협상 테이블에 앉게 했듯이 추가 제재를 담은 이번 법안은 이란이 성실하게 핵협상을 이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원의 법안 발의에는 이란에 대한 불신이 깔렸다. 제네바 합의가 6개월짜리 잠정 합의여서 실질적인 핵 폐기로 이어지지 못할 우려가 커 강력한 경제제재를 시행하겠다는 엄포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제네바 합의 후 서방국가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 5개국+독일)과 이란 협상단이 실무협상을 진행 중이었지만 이란은 12일 미국이 이란 제재 명단에 이란의 기업 등을 추가한 것에 반발, 협상을 중단시켰다. 이후 일주일 만에야 협상이 가까스로 재개됐다. 아울러 법안에는 이란이 핵 개발을 지속, 이스라엘이 공격에 나서면 미국이 정치·군사·경제적으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백악관은 상원의 법안 발의에 대해 “평화적인 핵협상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발끈했다. 제이 카니 대변인은 “법안이 상원을 통과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넘어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제네바 잠정 합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 제재는 역효과만 가져온다”며 “이란이 합의를 깼을 때 제재 방안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메넨데즈 외교위원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란이 합의를 지키지 못했을 땐 이미 핵 개발을 상당히 진행한 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원은 연말 휴회가 끝나는 대로 다음달 초쯤 법안에 대한 심의 및 전체회의 찬반 투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이 상원의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로비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