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따르는 거액 손해배상 쟁의행태 바꾼다

입력 2013-12-21 01:38

현대자동차가 공장을 무단 점거한 비정규직(사내하청)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노조간부 등에게 90억원을 배상하라고 울산지법이 판결했다. 불법파업 관련 손해배상액으로는 사상 최대다. 지난달 말에는 쌍용자동차 노조 간부 등에게 불법파업에 따른 손배액 46억원을 회사와 경찰에 물어주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유형의 판결이 최근 잇따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제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극단적 쟁의행태를 감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 2010년 11월 15일부터 25일간 울산1공장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당시 불법 점거로 손실이 3200억원에 달했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현대차는 당시 점거에 대해 조합원 475명(중복포함)을 상대로 총 20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 가운데 이번 판결대상이 된 27명에 대해서는 90억원을 청구했는데 재판부가 그 중 22명에 대해 청구액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노조는 ‘또 다른 사법살인’이라는 극단적 비유까지 들어 항소 의사부터 밝혔다.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2차, 3차 하청업체 근로자에 비해서는 형편이 더 좋다고 하지만, 현대차 노조원에 비하면 약자라는 점에서 손배액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판결이 단체행동권을 제한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노동 제공의 거부 등 합법적 수단으로 얼마든지 쟁의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급심에서 금액이 줄어들 수는 있어도 실질적인 손해배상은 꼭 필요하다. 대법원 역시 2011년 3월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69억여원의 배상을 확정했다.

특히 지금 열흘 넘게 파업 중인 철도노조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코레일 측은 20일 철도노조 집행간부 186명에 대해 77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과거처럼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등이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라는 압력을 행사해서도 안 되고, 회사 측도 소송을 철회해서는 안 된다. 불법 파업에 대한 법원의 엄정한 심판은 쟁의행태를 일신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