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 의원 출판기념회 ‘수익금의 비밀’
입력 2013-12-21 02:35
최근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잇따르고 있다.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다 보니 연말 추위에도 열기가 후끈하다. 의원들도 서로 책을 사주며 품앗이를 한다. 그러나 얼마가 남았는지는 서로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 게 불문율이다. 많이 남은 사람은 세금 폭탄 및 주변 시선을 의식해서, 적게 들어온 사람은 창피해서 함구하는 게 주된 이유다.
여당 의원이 야당보다는 1.5배 이상 수익이 짭짤하다는 게 정설이다. 정무위·산업통상자원위·국토교통위·보건복지위 등 든든한 산하단체가 포진한 상임위는 알짜배기고, 국방위·외교통일위·여성가족위 등은 한마디로 별 볼 일이 없다.
국회 상임위원장실 관계자는 20일 “선수(選數)나 이름값이 아니고 상임위원장, 주요 상임위 간사 등 맡은 역할에 따라 지갑이 두둑해진다”며 “비례대표 의원 등은 체면치레하기 바쁘다”고 말했다.
통상 제작원가와 행사비 등을 제외한 순수입은 5000만원 안팎이고, 많으면 1억원을 넘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3000만원 미만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 의원이 봉투함을 그대로 들고 가기 때문에 측근 보좌진들도 정확한 액수는 모른다.
책값은 통상 10만원이고, 출판기념회 현장에 깔리는 책은 2500권 안팎이다. 10만원을 내고 3~4권 가져가는 사람도 있고, 100만원 내고 한 권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민주당 A중진의원의 경우 1000여명이 몰리면서 5000권이 팔렸다. 2억원쯤 남았다고 한다. 반면 민주당 B초선의원은 3000권 팔아서 4000만~5000만원이 남았다.
초(超)대박을 쳤다고 입소문이 난 의원은 친박계 실세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과 새누리당 정무위 간사인 박민식 의원이다. 정무위 간사는 야당이어도 3억원은 들어온다고 알려져 있다. 정권 실세쯤 되면 10억원 설이 나돈다.
의원들은 가뜩이나 돈줄을 막아놓은 상황에서 그나마 출판기념회가 맘 편히 후원금을 모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감독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라는 비판이 따갑다. 특히 책값을 빙자해 수천만원의 뭉칫돈이 오가는 경우도 있어 정치자금 음성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