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 ‘후끈’] “6억7000 없습니까? 네, 6억6000만원 낙찰”… 땅!

입력 2013-12-21 01:36

“다음은 104번째 작품 이대원 화백의 ‘농원’입니다. 추정가는 3억∼6억원입니다. 2억5000만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호가(呼價)는 3000만원씩입니다.”

“2억8000, 3억1000, 4억, 5억2000, 6억1000….”

“6억4000 나왔습니다. 6억5000 없습니까? 네, 현장 손님께서 6억5000에 응찰하셨습니다.”

“6억6000 없습니까? 네, 전화 응찰자께서 응찰하셨군요.”

“6억7000 없습니까? 현재 최고가 6억6000입니다. 6억7000 없습니까?”

“마지막으로 세 번 더 부릅니다. 정말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6억7000, 6억7000, 6억7000. 네, 6억60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땅!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경매’가 열린 지난 18일 오후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경매장. 컬렉터와 취재진 등 300여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앞서 지난 11일 열린 K옥션의 ‘전재국 미술품 컬렉션 경매’에도 4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검찰에 압수돼 경매에 부쳐진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술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에 걸려 있던 그림으로 주목받은 이대원의 1987년 작품 ‘농원’이 21차례의 치열한 경합 끝에 6억6000만원에 낙찰되자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경매에 나온 121점 가운데 최고가였다.

K옥션 경매에서는 김환기의 1965년 유화 ‘24-Ⅷ-65 South East’가 가장 높은 5억5000만원에 낙찰됐었다. 이 작품의 시작가는 4억원으로 5000만원씩 호가해 단 3번 만에 싱겁게 낙찰이 이뤄졌다. 응찰자들이 5000만원씩 올리는 것에 부담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옥션은 이대원의 작품을 3000만원씩 올리다 6억원대에서는 1000만원씩 조정하는 작전으로 높은 가격을 이끌어냈다.

겸재 정선의 ‘계상아회도’(낙찰가 2억3000만원) 등 조선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모은 16폭짜리 화첩은 한 점씩 경매에 부쳐져 합계 7억521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률은 100%. K옥션 경매에서 80점이 모두 팔린 데 이어 또다시 완판(완전판매)됐다. 두 경매회사 모두 최고의 경매사를 내세워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서울옥션 낙찰 총액은 27억7000만원. K옥션 낙찰 총액 25억7000만원을 합해 53억4000만원이 국고로 환수될 예정이다.

경매 참여자들은 미술품 애호가와 화랑 대표, 미술계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이도 있었다고 경매회사 측은 밝혔다. 전 전 대통령 쪽 사람들이 추징금을 지원하기 위해 경매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낙찰자의 신분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이대원과 김환기의 작품 등 고가 그림 대부분은 전화 응찰자가 낙찰 받았기 때문이다.

압류 재산의 국고 환수율을 높이기 위해 추정가를 낮게 책정하고, 출처가 확실한 그림이어서 진위 논란도 없어 경매가 열기를 띤 것으로 분석됐다.

서진수(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미술시장연구소장은 “추징금 환수를 위한 경매로 시작가를 낮춰 많은 손님을 모았고 사연 있는 작품들이 주목 받았다”며 “이번에 다수의 일반인들이 경매에 참여한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미술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다소 신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