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내연녀가 낳은 아이 입양 사실만으로 친생자 인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입력 2013-12-21 01:50

A씨(91)는 30여년 전 식당을 운영하던 B씨(여)를 만나 내연관계를 맺었다. B씨는 1983년 딸을 출산한 데 이어 1990년 아들을 낳았다. B씨는 두 아이의 아버지 난은 비워둔 채 출생신고를 마쳤다. 1996년 A씨는 부인과 함께 두 아이를 입양했지만, 11년 후에 입양을 파기했다.

두 아이는 지난해 A씨를 상대로 친생자 인지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자신들의 친아버지임을 확인해 달라는 청구였다. 인지청구 소송은 주로 상속이나 가족부양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관계를 확정할 필요가 있을 때 제기한다. A씨는 두 아이가 자신의 자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전자 감정을 받으라는 법원의 명령에는 응하지 않았다. 1·2심 재판부는 “두 아이가 A씨의 친생자임을 인정할 수 있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입양 사실만으로 A씨가 두 아이를 친생자로 인정했다고 단정키는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친자관계를 확인할 때는 매우 엄격한 과학적 증명이 필요하다”며 “원심은 두 아이가 B씨가 과거 교제했던 다른 남성의 아이일 가능성은 없는지, 입양을 했다가 파양하게 된 원인 등에 대해 심리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고 판시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