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하락 전주곡인가?… 공매도 비중 5년4개월 만에 최고

입력 2013-12-21 01:39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거래의 비중이 5년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를 앞두고 코스피지수의 하락을 예상한 시장 참여자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의 전체 거래량에서 공매도 거래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로 나타났다. 월별 공매도 거래 비중이 2%를 넘어선 것은 2008년 8월(2.19%) 이후 처음이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 미리 매도한 뒤 나중에 되사서 갚는 거래 방식이다.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활용한다. 주가 하락 시에도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시장 효율성을 제고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결제 불이행 위험이나 투기적 거래로 공정한 가격 형성을 막는다는 지적이 늘 따라다닌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시장의 공매도 비중이 늘면 현재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높게 형성된 상태라고 판단한다. 이달 공매도 물량이 급증한 것도 양적완화 축소 계획이 발표되면 주가가 현재 상태보다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컸기 때문이다. 아이엠투자증권 강현기 연구원은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을 키우는 여러 근거가 확인되자 불안감에 공매도 물량이 늘어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목별로는 재무구조 개선 중인 두산인프라코어(28.6%), 내년 복권사업 중단으로 실적 둔화 가능성이 제기된 오리온(23.8%) 등의 공매도 비중이 높았다. 지난달부터 금융 당국이 금융주의 공매도를 허용하자 대우증권(21.1%), 대신증권(18.1%)의 공매도 비중도 높게 나타났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