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호의 요절복통 (要節福通)] 성령이 오셨네
입력 2013-12-21 01:34
오늘의 요절(마 10:20)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속에서 말씀하시는 이 곧 너희 아버지의 성령이시니라
벌써 20여년이 되버린 일이다. KBS-2TV에 ‘밤으로 가는 쇼’가 신설됐는데 나는 그 프로그램의 작가 겸 공동MC로 선발되는 행운을 얻게 됐다. 같이 진행을 맡은 공동 MC는 당대 최고의 사회자였던 임성훈 선배와 미스코리아 출신의 장윤정 자매였다. 월화수목 나흘밤이나 연속해서 진행되는 그 프로그램에 캐스팅된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난 사실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임성훈 선배와 장윤정 자매가 나란히 앉아서 진행을 하고 나는 그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게 왜 그리 싫었던지 모르겠다.
이 프로그램이 시작하는 날부터 4개월 동안 기도했다. 나 혼자서는 외롭고 초라해져서 그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겠다면서 찬송가 179장 가사로 간구했다. ‘성령이 오셨네 성령이 오셨네 내 주의 보내신 성령이 오셨네’ 하면서 말이다. 기도와 찬송으로 성령님을 초대하면 내 맘에 임재하셔서 평안을 주시는 걸 얼마나 많은 체험을 통해 깨닫고 있었던가. 그런데 정말 거짓말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어느 날 그 녹화장에 실제로 성령님이 오신 것이다. 전영호의 간구에 대해서 하나님께서는 얼굴을 돌리지 않으신 게 틀림없었다. 미스코리아 김성령씨가 내 파트너로 온 것이다. 우리나라 방송 역사상 최초로 MC 4명이 심야 토크쇼를 펼치게 되었다. 시청률과 점유율은 매일 밤 최고를 자랑했다. 각 방송 모든 프로그램을 총망라해서 1등이었다. 성령님이 함께하신 프로그램인데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전영호의 福으로 通하는 생각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성령님이 안 계시다. 그렇다면 그는 정신없는 사람이다. 그의 정신도 눈으로 확인되지 않으니.
<개그작가·유머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