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정책 난맥상과 피해 사례] 동네 구멍가게 사투 벌이는데… 보조금 횡령·부실 교육

입력 2013-12-20 03:28

동네 구멍가게들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틈바구니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류센터·경영컨설팅 등 다양한 ‘골목상권’ 보호 정책을 시행 중이다.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에 배정된 소상공인·전통시장 예산만 1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성공 사례가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소상공인들에게 혜택이 고루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중기청의 ‘2013년 소상공인 교육 관련 특정감사 결과보고서’에는 골목상권 정책의 난맥상이 잘 드러나 있다.

릐물류센터 건립에 조직적 비리 있었나=경찰은 경기도 의정부 A협동조합 외에도 다른 무자격 협동조합들이 서류를 조작해 조합원 수를 부풀리는 방식 등으로 물류센터 건립 지원금을 타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물류센터를 지은 경기도 안산·고양·김포·남양주·의정부 지역 조합 이사장을 연쇄 소환조사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허위 서류 작성 여부와 함께 심사 통과 대가로 김 회장에게 금품을 줬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해당 협동조합들은 물류센터 비리 의혹의 또 다른 축으로 B사를 지목하고 있다. B사는 총 82억원 규모의 경기북부물류센터 건설 작업에 50억여원의 민간 투자를 한 곳이다. A협동조합 관계자는 “전국에 다수의 물류센터를 보유한 B사는 부지 매입부터 건설사 시공까지 전방위로 개입해 온 큰손”이라고 말했다. 군소 협동조합의 경우 사업 노하우가 없다 보니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슈퍼연합회)에 대부분 사업을 일임한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과 B사가 오랜 기간 파트너로 일하며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왔다는 것이다. 경찰은 B사 전 대표 K씨를 최근 소환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센터는 지역 조합원들이 대량 납품 계약으로 저렴한 비용에 물건을 공급받아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골목상권 살리기의 핵심 정책이다. 통상 물류센터 건립비용은 지방협동조합 출자금 10% 외에 국가와 지자체 지원금으로 충당된다. 김 회장의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고 손실액만 수백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릐어그러진 대책, 피해 보는 소상공인=중기청 감사결과에 따르면 슈퍼연합회는 중기청에서 2010~2012년 10억원을 지원받아 동네슈퍼 주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컨설팅 사업을 벌였다. 전산시스템, 인테리어 상담, 친절 교육, 경영 교육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나 슈퍼연합회는 강사료와 교육 횟수를 속이는 방법으로 3억1654만원을 빼돌린 정황이 감사에서 드러났다. 중기청은 이달 초 슈퍼연합회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3000만원을 환수했고 내년 2월까지 전액 환수키로 했다.

슈퍼연합회 외에도 전체 172개 교육 기관 중 70여 곳이 같은 기간 비슷한 수법으로 3억1500만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교육기관은 교육비 증빙자료를 모두 제출했지만 내부 강사가 기관의 강사료 착복 사실을 폭로하면서 횡령 혐의가 드러나 소명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중기청은 26일까지 이 기관들로부터 영수증과 지출증빙 등 증거 서류를 제출받은 뒤 다음달 중순 감사결과를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동네슈퍼 주인들을 위한 교육·컨설팅 사업도 슈퍼연합회 비리 의혹에 중단된 상태다. 중기청은 관련 예산 집행을 전면 중단하고 경찰청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릐교육기관 선정에서 교육시스템 관리까지 ‘엉망’=자영업자 교육·컨설팅 업무를 주관하는 소상공인진흥원이 교육기관을 선정하는 과정도 부실했다. 지난해 부실 교육 등으로 ‘사업 참여 제한’ 조치를 당한 한국경영교육원 등 10개 교육기관은 올해도 교육사업에 참여했다.

19억3000만원을 들여 만든 전용 교육장들은 소상공인 교육에는 고작 10% 정도만 활용되고 나머지는 시설대여 사업으로 전용되고 있었다. 중기청 관계자는 “전용 교육장이어서 최소 50%는 소상공인 교육에 활용해야 하지만 전혀 무관한 기관에 시설을 빌려줬다”고 말했다.

가장 기본적인 교육정보시스템 관리도 주먹구구로 관리되고 있었다. 소상공인진흥원은 소상공인 교육 전반을 관리하기 위해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보수하는 업체를 선정하면서 무단으로 개인에게 보수 업무를 맡겼다. 이런 관리 부실로 1000만원 상당의 추가 예산이 소요되기도 했다.

이도경 박요진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