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한진해운 최대주주 되나… 3조5000억 마련
입력 2013-12-20 02:29
대한항공이 재무구조 개선과 한진해운 지원을 위해 에쓰오일(S-Oil) 지분을 매각하는 등 모두 3조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다.
한진해운을 도우려다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마저 유동성 위기에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의식해 ‘실탄’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을 추가적으로 발표하면서 재무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대한항공은 19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한 뒤 한진해운에 1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4000억원 한도 내에서 한진해운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는 내용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확정한 후 공시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대한항공이 지분 96.6%를 보유한 한진에너지 소유의 에쓰오일 주식 3000만주를 매각해 2조2000억원을 마련키로 했다. 한진에너지는 에쓰오일 주식 3198만주(28.41%)를 보유 중이다. 주식 매각 후 한진에너지의 전체 차입금(1조500억원) 및 법인세(500억원)를 차감하면 1조1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또 B747-400, B777-200 등 구형 항공기 13대를 조기 매각해 2500억원을 조달키로 했다. 이 밖에 부동산과 투자자산도 매각해 1조4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자산 매각과 영업실적 개선을 통해 현재 800% 수준인 부채비율을 2014년까지 430%로 낮출 방침이다.
이상균 대한항공 재무본부장(부사장)은 경영설명회에서 “에쓰오일 지분은 (최대주주인) 아람코와 협의 중으로 내년 1분기 내에 매각 문제가 매듭지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 계획도 밝혔다. 지난 10월 31일 한진해운홀딩스를 통해 한진해운에 1500억원을 대출한 데 이어 1000억원의 담보 대출을 추가로 진행한다. 단 한진해운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3000억원을 대출하는 것을 선행조건으로 달았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중 제3자 배정 방식의 한진해운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4000억원을 지원한다. 이 경우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최대주주가 돼 한진해운홀딩스는 경영권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현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시숙이다.
윤주식 한진해운 부사장은 경영설명회에서 “대한항공이 내년에 배정된 400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한진해운과 한진해운홀딩스의 자회사 편입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역시 대한항공의 지원과 자산 매각 등으로 1조9745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또 노후화된 비경제선(船)을 매각 또는 폐선하거나 컨테이너 적자노선의 통폐합 및 철수 등을 통해 모두 3729억원의 비용 개선 효과도 꾀하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