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양적완화 축소] “자금유출 어쩌나” 신흥국들 비상… 한국은 엔화약세 가속화 큰 부담
입력 2013-12-20 02:53
미국이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대상은 신흥국들이다. 최근 수년간 미국의 양적완화를 배경으로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이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흥국 금융시장은 지난 5월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예고한 것만으로도 혼란에 빠져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됐다가 미국의 출구전략이 주춤하면서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사설에서 “양적완화 축소로 변동성이 커져 신흥국 시장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FT는 “지난여름 양적완화 축소가 거론됐을 때 많은 투자가들이 신흥국 시장을 떠났기 때문에 자산가치 거품이 많이 해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투자가들은 돈을 어디에 둘지에 대해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일부 취약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 그 위기가 다른 나라로 전염되는 것이 문제다. 신흥국 중 실질환율과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등이 취약한 8개국(인도, 태국, 브라질, 러시아, 이집트, 말레이시아,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8.5%로 위기 발생 시 주변국 경제의 동반 둔화가 우려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송경희 책임연구원은 “일부 신흥국의 위기 발생 시 신흥국에 대한 채권 규모가 3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유럽계 은행들을 중심으로 국제 자금시장이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로서는 신흥국 위기가 전염되는 것과 함께 엔화 약세의 가속화도 부정적 요인이다. 수출 주력인 전자·반도체·자동차는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는 품목인데, 원·엔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 해외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한국 제품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1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는 장중 104엔대에 진입해 5년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08.63원까지 내려앉았다. 1000원대로 올라온 2009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1000원대 붕괴 가능성도 커졌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상무는 “양적완화 축소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엔화가 더 약세가 되는 흐름이 국내 경기와 증시에 가장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도 “달러화 강세는 한국 수출에 긍정적이지만, 엔·달러 반등 폭이 원·달러 반등 폭보다 크면 원·엔 환율로 따졌을 때 한국에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