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양적완화 축소] “美 자력 회복 돌입”… 글로벌 증시 충격 적었다

입력 2013-12-20 02:54

세계 금융시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결정에 예상과 달리 충격을 받지 않았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292.71포인트(1.84%) 뛴 1만6167.97에서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9.65포인트(1.66%) 상승한 1810.65를, 나스닥종합지수는 46.38포인트(1.15%) 오른 4070.06을 각각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도 13년 만의 최고치다. 그간 채권매입 규모 축소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지수가 빠지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시장은 돈줄을 죄겠다는 부정적인 측면보다 미국 경제의 청신호라는 긍정적인 부분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스콧 앤더슨 뱅크오브웨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P통신에 “채권매입 축소가 시작됐다는 것은 이제 미국이 양적완화 없이도 자력으로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의미”라며 “2014년 들어 이런 기세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릭 데이비드슨 웰스파고 부투자책임자(CIO)도 “경제 회복세를 확인시켜 준 덕에 시장 상황은 개선될 것”이라며 “연준이 마치 배당을 발표하는 회사처럼 양적완화 축소의 효과를 잘 인지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매달 850억 달러인 QE 규모를 내년 1월부터 750억 달러로 축소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완화적인’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외환전략가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연준이 QE를 축소했지만, 금리에 대한 ‘선제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충분히 했다는 점에서 ‘비둘기파’적인(완화적인) 결정을 했다”고 평가했다.

폴 애쉬워스 캐피탈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예상보다 축소 규모가 점진적”이라며 “연준이 이날 단기금리가 2016년까지 1.75%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덕에 증시가 QE 축소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QE를 줄이는 것은 시장에 돈을 덜 푼다는 얘기다. 이는 시장에 풀리는 자금을 죄는 ‘매파’적인 결정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단기금리를 계속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비둘기파’적인 예고가 이를 상쇄했다는 것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