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양적완화 축소] 일단 상징적 규모로 축소… ‘안전판’ 갖춰 시장충격 최소화

입력 2013-12-20 01:34


18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채권매입 규모 축소 발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진정을 위해 개시된 비상조치 성격의 ‘전면적인’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고용과 산업생산 활동 호조 등 경제회복이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섬에 따라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로 불리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QE는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대신 연준은 금리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기대’에 영향을 주는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의 사용을 늘리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현재 0.25%인 기준금리를 “실업률이 6.5% 밑으로 떨어지는 시점을 지나 한참 동안 유지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실업률이 목표치인 6.5%를 달성하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0)로 유지하는 기간을 더욱 연장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2015년 말까지도 연준이 0.25%인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채권 매입 축소를 결정한 데는 연준 일각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외부 기관에서 시간이 갈수록 QE의 효과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줄이는 채권 매입 규모도 ‘상징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연준은 현행 월 850억 달러인 채권 매입액을 내년 1월부터 100억 달러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개선된다면 국채 및 모기지(주택담보부) 채권 매입 규모를 이번과 유사하게 100억 달러 안팎씩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다.

연준이 QE 축소에 나섰지만 상징적인 수준으로 규모를 줄였고, 초저금리를 더욱 연장한다는 ‘안전판’까지 붙인 것이다.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용의주도함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이날 결정이 내년 1월 말 퇴임하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회동에 앞선 시장 전망은 엇갈렸지만 내년 초에나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할 것이란 쪽에 무게가 실렸다. 버냉키 의장은 FOMC 회의 후 가진 마지막 정례 회견에서 자신의 퇴임이 이번 결정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면서 일각에서 제시되는 결자해지 분석을 일축했다. 그는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경제 대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QE를 시작했다.

버냉키는 그러면서 채권 매입 축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후임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부의장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손성원 캘리포니아 주립대 석좌교수 등 일부 금융 전문가는 버냉키가 물러나면서 후임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총대를 멨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준에 대한 미 의회의 압박 가중도 지적됐다. 연준을 관장하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제프 헨사링 위원장은 지난주 “연준(정책)을 본격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결정은 9대 1로 가결됐으며, 유일한 반대자는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준 총재이다. 그는 실업률이 아직 높고 인플레가 낮은 상황에서 채권 매입 축소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