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양적완화 축소] 금융당국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입력 2013-12-20 01:34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결정에 우리 금융 당국은 19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시장 감시체계를 강화하면서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장이 예견하던 부분인 만큼 변동성 확대보다는 불확실성 제거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었다. 주식시장 전문가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금융위원회 고승범 사무처장은 이날 “필요 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위기단계별로 필요한 조치들을 이행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미국 증시가 호조를 보이는 등 양적완화 축소는 시장에서 불확실성 제거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예견된 이벤트로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의 진단처럼 이날 코스피지수의 변동 폭은 크지 않았다.
금융 당국이 테이퍼링에 비교적 냉정하게 반응한 것은 연준이 시장의 충격을 우려해 완만한 출구전략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각 50억 달러라고 밝힌 국채·모기지담보부채권(MBS) 매입 축소 규모는 시장 예상치보다 오히려 적은 수준이었다. 연준은 자산매입 축소에 따른 시장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도 조기에 차단했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실업률이 6.5% 아래로 떨어진 이후에도 현재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테이퍼링을 앞두고 지독한 눈치보기 장세가 형성됐던 주식시장은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은 ‘타이트닝(기준금리 인상을 동반한 긴축)’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 증시는 본격 실적장세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2004년 9월부터 시작된 우리 증시의 실적장세는 온건한 통화긴축에서 비롯됐던 것”이라며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 신흥국 자금의 유출입이 확대되고, 외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불안요인도 상존한다. 실제로 이날 주식시장은 미 연준의 결정에 따라 초반 상승했지만, 엔저 우려가 커짐에 따라 장 막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은 “경기회복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 글로벌 달러화 강세 및 엔화 약세 등이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비상금융대책반을 구성해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