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양적완화 축소] 국내 자금난 기업 부담… 금리 인상땐 가계부채 ‘위험’

입력 2013-12-20 01:34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은 한국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준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감안해 비교적 완만한 출구전략을 선택한 것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한계기업의 자금난 가중과 시중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연쇄 부실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금리 오를까=연준은 양적완화 축소 방침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연준의 장기목표치인 2%를 밑도는 경우에는 ‘제로금리’ 기간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 결정은 미국 경기 개선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로 장기적으로 달러 강세와 글로벌 금리 상승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18일(현지시간) 미국 5년 만기 국채금리는 양적완화 축소 결정 소식에 상승 마감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일 “미국 양적완화 축소는 결과적으로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적완화 축소 정책이 우리나라 채권시장에 투자된 미국 자금의 이탈을 유발해 시중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지만 급격한 금리 변동이 뒤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현대경제연구소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19일 “출구전략을 쓰면 금리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건 이미 시장에서 예측하고 있었다”며 “당장 1년 내 금리가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며 0.25∼0.5% 포인트 정도 오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시장안정을 꾀할 방침이다. 한은 김 총재는 이날 “대외 경제여건 변동에 대비해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시장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가계 어려움 가중되나=급격한 금리 변동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시중 금리가 높아지면 부채가 많은 가계와 일부 기업, 공기업에 충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가장 취약한 곳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일부 해운사와 재무구조 부실 우려 때문에 금융권으로부터 자구노력 압박을 받고 있는 기업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금리가 오르면 시중에 돈이 돌지 않게 되고 그렇지 않아도 힘든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행돼 금리가 동반 상승하면 가계부채라는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에 불을 댕기는 일이 될 수 있다. 금리가 올라 상환 부담이 늘면 한계가계가 속출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융기업 부실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휘정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하면 대출을 이용한 주택 구입은 줄겠지만 기존에 이미 변동금리 대출이 70% 이상인 상황이라 이자비용이 증가하면 부실화 가능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하우스푸어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지고, 이들의 집이 경매로 나오는 빈도가 잦아지며 전체 부동산 시장이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정책 효과도 반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금리가 인상되면 장기금리가 먼저 오르기 때문에 여전히 시장에선 장기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의 수요가 커질 수 있어 장기·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하려면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들어진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금리인상 등에 따른 대외 충격에 이들 금융기관의 부실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라도 금융 당국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리스크 점검을 강화하고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한장희 박은애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