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러브하우스 양덕근 대표 “어려운 이들 집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쳐줍니다”

입력 2013-12-20 01:38


“1000원이라도 기부를 시작하십시오. 기부는 산불과 같아서 일단 시작하면 더욱 커지게 됩니다.”

집수리 봉사단체인 ‘희망의 러브하우스’ 양덕근(58) 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눔 생활에 있어 첫걸음을 내딛는 용기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희망의 러브하우스는 2002년 1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무상 집수리와 물품지원을 하는 봉사단체다. 사회 각 계층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기술자 200여명, 봉사자 500여명, 사회복지사 700여명 등 700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고, 이 중 2000여명이 현장에서 활동한다.

“저희는 의뢰된 집수리 요청을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습니다. 사회복지사 500여명이 일일이 방문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수리를 해줍니다.”

집수리를 요청하는 가구들은 하나같이 열악한 생활환경에 처해 있다. 지난 8월 신생아 등 아홉 식구가 축사(畜舍)를 개조해 살고 있는 집을 고쳐줬다. 회원 30여명이 1박2일간 주방 설치는 물론 화장실 개조와 곰팡이 제거작업을 했다. 양 대표는 “혹한인데도 집이 너무 부실해 개집에서 개를 끌어안고 사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어렸을 때부터 뭔가 고치는 것을 좋아했던 양 대표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DIY(Do-It-Yourself:가정용품을 직접 제작·수리·장식하는 것)에 취미를 가지게 됐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각종 수리장비를 들여왔다. 자신의 집을 고치고 또 이웃집을 수리해 주면서 동호회가 구성됐다. 그가 건설 자재를 만드는 대기업체 계열사 CEO를 맡으면서 집수리 봉사도 더 탄력을 받게 됐다.

양 대표의 집수리 봉사에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예산을 적립하지 말라고 한다. 모든 예산을 아끼지 않고 봉사에 쏟아붓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또 최고급 자재를 사용한다. 한겨울에도 춥지 않은 집으로 고치기 위해 단열재도 엄선해서 쓴다.

이 단체는 집수리 봉사를 연간 200건 이상 한다. 기업체와 개인 11만2000명의 후원을 받아 한 해 6억원 안팎을 지출한다. 지난해까지는 사무실 운영비 등이 부족해 양 대표가 경영하는 무역업체의 지원으로 보전했다.

“부산 성남 인천 안산 등에 지부를 설립하고 있습니다. 봉사에 뜻이 있는 분들이 자신의 사무실을 제공하고 재능 기부를 하는 등 전국적으로 활동이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양 대표는 희망의 러브하우스가 앞으로 100년까지 탄탄한 봉사단체로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몇 가지 사업을 더 추가할 계획이다. 집수리뿐 아니라 꼭 필요한 가전제품이나 이불, 쌀 등의 생활용품을 제공하려고 한다. 또 집수리를 해준 지 2∼3일 뒤 다시 방문해 꼼꼼하게 점검할 생각이다. 다급하게 집수리를 요청하는 경우에도 곧바로 출동할 수 있는 5분대기조를 운영하는 것도 역점사업 중 하나다.

글·사진=오병선 선임기자 seon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