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엔 ‘북한 인권개선 촉구 결의안’ 투표없이 채택

입력 2013-12-20 01:49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고모부인 장성택을 전격적으로 처형하면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이슈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엔은 18일(현지시간)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를 통과시켰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장성택 처형에 대해 인권유린이라며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9년 연속 북한 인권 결의안 통과=유엔은 이날 총회를 열고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를 투표 없이 채택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결의는 9년 연속 이뤄졌으며 지난해부터는 투표 없이 채택됐다. 그만큼 모든 회원국이 공감한다는 얘기다. 중국은 결의에 참가하지 않았다.

유엔 결의 외에도 유엔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는 특별보고관인 마르주끼 다루스만도 이날 “지난 4개월 동안 북한의 여러 장소에서 공개처형이 있었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장성택의 처형도 체포와 군사 재판, 처형 등이 5일 이내에 이뤄졌다”며 즉각적인 공개 처형 중단을 요구했다. 장성택 처형 외에 다른 처형 사례는 불법 비디오를 팔거나 포르노를 봤다는 이유에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유엔 사법절차에 따르지 않은 처형이나 약식 또는 자의적 처형에 대한 특별보고관인 크리스토프 헤인즈는 “사형이 불가피하다면 국제법은 매우 엄격한 조건으로 실시할 것을 명백히 요구하고 있다”며 “북한의 최근 처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반 총장은 16일 “장성택 사형은 기본적으로 인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하고 국민 생활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도 장성택 처형과 관련해 김 제1비서를 사담 후세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잇따른 항의 시위=북한의 반인류적 행위가 이어지면서 각국에서도 탈북자와 시민단체 등의 항의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홍콩 인권단체인 ‘탈북자관심’은 지난 15일 홍콩 주재 북한영사관 건물 앞에서 김 제1비서 집권 이후 북한 인권 침해가 만연하고 있으며 탈북자가 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에도 탈북자에 대한 송환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런던에서는 탈북자를 중심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2주기인 지난 17일 런던 서부 외곽에 있는 북한 대사관 앞에서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미국 내 시민단체와 의회를 중심으로 장성택 처형이 북한도 가입한 유엔 인권규약 위반으로 보고 미국 정부와 유엔에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2004년 10월 북한인권법을 발효시킨 뒤 매년 2400만 달러의 예산을 북한 인권 신장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유엔도 올해부터 독자적으로 북한인권조사위원회(OCI)를 설치해 북한 인권침해 참상에 대한 조사를 벌여 왔다. 주로 식량권 침해와 수용소 인권침해, 고문과 비인간적 대우, 자의적 구금, 차별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 등을 다룬다. OCI는 지난 10월에는 북한에서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김선 유엔대표부 참사가 “유엔이 주장하는 그런 인권침해는 존재하지 않으며 결의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반박한 것에서 보듯 국제사회 우려를 무시하고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