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내 하청노조에 “90억 배상하라” 판결… 역대 최대

입력 2013-12-20 02:50

법원이 2010년 공장 점거 파업을 벌였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사내 하청노조) 조합원 등에 대해 9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민간기업 노조에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 중 단일 판결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의 배상 규모다. 기존 최고액은 2011년 3월 대법원이 한국철도공사 노조에 대해 판결한 69억7000만원이다.

울산지법 제5민사부(재판장 김원수)는 19일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에 대해 현대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하청노조 전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울산지법은 피고들에게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현대차가 청구한 90억원을 연대해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연대 배상 대상자는 전 비정규직지회 위원장을 포함한 간부, 일반 조합원, 전 현대차 정규직 노조간부 등 모두 22명이다. 소송 대상자 중 5명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청구가 기각됐다.

재판부는 “하청노조가 생산시설을 폭력적으로 점거해 민사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현대차 사내 하청노조는 현대차에 대한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조합원들이 생산설비를 무단 점거하거나 무단 정지시키는 등 행동 자체가 폭력적이었던 점도 거액 배상 판결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200여명은 2010년 11월 15일부터 25일 동안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1공장을 점거하고 업무를 방해했다. 현대차는 7건의 고발과 함께 조합원 475명을 상대로 총 203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는 차량 2만70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2500억원의 손실을 빚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번 판결을 포함해 5건의 판결에서 모두 승리해 비정규직지회가 현대차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115억여원으로 늘어났다.

울산지법은 지난 10월에도 현대차가 낸 손배소송에서 비정규직지회 노조원 11명이 연대해 2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달 28일에도 노조원 12명이 연대해 최대 5억원을 배상하라며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앞으로 2건이 더 남아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지회가 부담할 배상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남은 2건의 청구액은 총 81억5000만원 상당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법원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징벌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앞으로도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울산지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반발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불법 파견을 저지른 현대차를 처벌하지 않으면서 노동자에게 수십억원의 판결을 내리는 것은 울산지법이 현대차의 대변인이라는 의미”라고 비난했다. 비정규직지회는 항소할 방침이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