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거포가 몸값 10%에 한국 오나… ‘뒷돈’ 계약 이제그만
입력 2013-12-20 01:34
‘한국프로야구는 30만 달러 리그?’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용병) 몸값은 ‘불편한 진실’을 안고 있다. 용병을 데려올 때마다 발표되는 몸값은 거의 30만 달러로 똑같다. 미국에서 연봉 수십억원을 받던 선수도 한국에 올땐 공식 몸값이 30만 달러다. 따라서 별도로 챙겨주는 다운계약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팬들 사이에선 실소를 넘어 비웃음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도 개막한 지 31년이 넘었으니 구단이 떳떳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관련 규약도 손볼 때가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뻔한 눈속임 ‘다운계약’=지난해 12월 17일 한화 이글스는 볼티모어에서 뛴 좌완투수 대나 이브랜드(30·미국)를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 등 총액 30만 달러(약 3억2000만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 보도는 달랐다. 볼티모어의 한 지역 신문은 “이브랜드가 한화에서 보장금액만 67만5000 달러를 받고 성적에 따른 보너스로 22만5000 달러를 챙길 수 있어 최대 90만 달러(약 9억6000만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SK는 19일 메이저리그 출신 거포 루크 스캇(35)과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 등 총액 30만 달러(약 3억1689만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올해초 메국 탬파베이 구단과 1년간 275만 달러에 계약했던 선수다. 1년만에 10분의 1 정도밖에 안되는 몸값을 받고 한국에 온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두산은 지난 12일 “더스틴 니퍼트(33)가 내년에도 두산에서 뛴다”면서 “38만5000 달러에 재계약했다”고 밝혔다. LG 트윈스는 지난 11일 외국인 우완투수 레다메스 리즈와 재계약했지만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는 않았다.
외국인선수의 이면계약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KBO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선수는 몸값이 연간 30만 달러(옵션 포함·복리 후생비 제외)를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돈으로는 쓸만한 선수를 데려올 수 없다.
외국인 선수 연봉상한은 2004년 12월 30만 달러로 정해진 뒤 올해까지 9시즌 동안 그대로다. 2004년 당시 상한선의 기준이 됐던 미국 메이저리그(ML) 최저 연봉은 올 시즌 50만 달러에 육박했다.
◇비현실적 논리로 일관하는 KBO=그러나 KBO와 몇몇 구단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와 협상할 때 한국프로야구 상한선이 30만 달러라는 점을 내세워 더 이상 주기 힘들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뒷돈 관행이 에이전트들에게 모두 알려졌기 때문에 30만 달러라는 상한선 자체가 무의미하다. 실제로 지방 B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는 “이미 외국인선수의 연봉은 40만∼100만 달러 정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 평가는 몸값에 대비해 이뤄진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초대형 계약을 한 자유계약선수(FA)들도 몸값을 기준으로 내년 시즌 성적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돈을 받고 뛰는 ‘용병’의 개념이라면 그야말로 몸값에 비해 얼마나 잘했느냐를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야구에서는 그 기준과 원칙이 없다. 프로야구 9개 구단과 KBO는 9년째 이렇게 불합리한 관행에 눈감고 있다.
야구선수 출신의 한 해설가는 “프로야구가 생긴지도 벌써 한 세대가 훌쩍 넘었다”면서 “KBO도 더이상 눈감고 있을 게 아니라 다각도로 개선 방안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