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황당한 보훈처… 안보교육 강사 100여명에 ‘내 강의는 나의 생각일뿐’ 확인서 받아
입력 2013-12-20 01:45
국가보훈처가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안보교육 강사단에게 “내 강의는 나의 생각이지, 보훈처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단속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19일 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 특강과 관련해 “보훈처 소속 김모 서기관이 지난달 11일 안보교육에 참여한 100여명의 강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보훈처에서 제공하는 책자는 강의 활동 시 참고용일 뿐이다’ 등의 답신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팩스나 이메일로 강의 요지와 함께 “내 경험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강의안을 만들어 내 생각대로 강의했다” 등의 내용을 작성해 보내라고도 했다. 민주당이 박승춘 처장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강사단을 상대로 말맞추기를 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보훈처가 ‘나라사랑교육’을 통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보훈처가 지난해 총·대선을 전후해 20만여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1411회의 안보교육을 실시했고,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강연을 통해 대선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보훈처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교육이고 정치편향적인 내용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강사 입장에선 정부 연구용역이나 강연을 하기 위해 문자메시지에 답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이를 악용해 확인서를 받아 대선 개입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훈처의 안보교육 사업 예산(약 37억원)을 삭감 조치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보훈처의 2014년도 예산안 심사를 전액 보류한 상태다.
이에 대해 보훈처는 문자메시지 발송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교육자료 활용 실태 및 강사의 강의안 작성 실태 등에 대해 강사들의 의견을 파악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