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골목상권’ 살리랬더니… 슈퍼연합회 회장, 물류센터 건설 지원금 비리 개입

입력 2013-12-20 03:28

동네 슈퍼마켓들이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물류센터 건설사업에서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부당 수령 등 조직적 비리가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세탁소 미용실 등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한 소상공인진흥원의 교육·컨설팅 사업은 교육비 횡령 의혹이 불거지는 등 주먹구구로 운영돼온 실태가 중소기업청 감사결과 드러났다. ‘골목상권’을 위한 각종 정부 사업이 뒷전으로 밀려난 ‘경제민주화’와 함께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9일 전국 물류센터 건립 과정에서 무자격 협동조합이 지자체 지원금을 부당하게 수령토록 한 혐의로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슈퍼연합회) 김경배(55) 회장을 지난 13일 소환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010년 경기도 의정부에 건설된 경기북부물류센터 건립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이 물류센터는 지자체 지원금 28억원, 민간투자 54억원(조합비 5억4000만원 포함)이 투입된 총 82억원짜리 대형 사업이다. 물류센터를 지으려면 조합원이 50명 이상이어야 하지만 경기북부 A협동조합은 10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서류를 위조해 조합원 수를 부풀렸고 슈퍼연합회는 이를 알면서도 심사를 강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위조 서명 등을 통해 조합원 수를 120명으로 부풀려 지원금 28억원을 타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물류센터 부지 및 건설사 선정 과정에서 리베이트 등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은 김 회장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회장은 앞선 지난 5월 중기청 산하 소상공인진흥원이 지원한 소상공인 교육비 3억1654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이 역시 수사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그러나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물류센터 건립 과정에 개입하지도, 교육비를 개인적으로 횡령하지도 않았다”며 “수사 종료 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진흥원의 교육 사업도 방만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청의 소상공인진흥원 감사 결과 올해까지 4년간 전국 소상공인 교육 시설 7곳의 시설 이용목적의 90%는 단순 임대 사업이었다.

김유나 이도경 박요진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