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佛 경찰은 시와 노래를 추적했다

입력 2013-12-20 01:32


시인을 체포하라/로버트 단턴/문학과지성사

1749년 봄, 프랑스 파리시(市) 치안총감에게 체포 명령 하나가 떨어진다. “검은 분노의 괴물”이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시의 저자를 찾으라는 것이다. 여기서 ‘괴물’은 바로 루이 15세. 왕권 모독이 분명한 사안에 경찰은 혈안이 됐고, 첩자의 제보에 힘입어 프랑수와 보니라는 의대생을 체포한다. 하지만 보니는 자신이 시를 쓰지 않았다며 시를 건넨 이로 다른 사람을 지목한다. 조사 끝에 경찰은 생 니콜라 데샹 교구의 성직자 장 에두아르를 잡아들이지만, 그 역시 또 다른 이로부터 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줄줄이 14명을 체포하지만 끝내 경찰은 시의 지은이를 잡지 못했다.

문맹률이 절반에 달하던 18세기는 대부분의 정보가 시와 노래를 통해 유통됐다. 가령 “아! 저기 그가 있어, 아, 여기 그가 있네/ 근심 걱정 하나 없는 그 사람”이란 노래는 ‘무위왕’ 루이 15세의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강력하게 각인시켰다. 저자는 파리 경찰이 이른바 ‘14인 사건’을 수사한 기록을 통해 시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퍼져 나갔는지를 분석하며 당시 의사 소통망을 분석한다. 그리고 당시 파리 시민들이 부르던 시와 노래가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들여다본다.

“18세기 중반의 파리는 혁명을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았지만 하나의 효율적인 의사소통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그것을 통해 대중에게 사건을 알렸고, 그에 대한 세간의 논평을 전했다. 의사소통은 정보를 전파하고 받아들이는 행위가 공적 사건에 개입한다는 공통된 의식을 구축함으로써 대중을 형성하는데도 도움을 주었다.”

각종 스마트 기기로 정보를 주고받는 이 시대인들에게 시와 노래로 정보를 주고받았던 18세기 프랑스의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 이 사건을 단박에 흥미로운 이슈로 되살려낸 저자는 ‘고양이 대학살’, ‘책의 미래’ 등으로 유명한 로버트 단턴 교수. 인쇄공이 주인의 고양이를 죽이고 그 복수 과정을 담은 기록이 유통되는 현상을 통해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새롭게 조명해 학계를 뜨겁게 달궜던 그만의 실력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김지혜 옮김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