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재중] 內憂外患에 처한 국방부
입력 2013-12-20 01:33
내우외환(內憂外患). 국방부가 지금 처한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정치 글’ 의혹 수사로 몸살을 앓고 있고, 밖으로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대남도발 가능성과 함께 동북아 지역의 안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국민의 단합과 군의 철통같은 대비태세가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의혹으로 민심은 갈라지고 군 사기는 떨어졌다.
국방부가 19일 사이버사령부 ‘정치 글’ 의혹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언론이나 야당이 예상한 대로였다. 일부 요원들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행위는 있었으나 대선개입 지시나 국가정보원과의 연계는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기간을 포함해 사이버사 요원들의 정치 관련 글이 1만5000여건이고, 특정 정당 및 정치인을 옹호 또는 비판한 글도 2100여건이나 되는데 대선개입이 아니라니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이를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사본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 등 안보 관련 사안에 대한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특정 정당과 정치인이 언급됐고, 정치적으로 개입할 의도나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도 사이버 공간에서 정치 글을 작성해 결과적으로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면 대선에 개입했다고 봐야 한다. 대선 직전까지 사이버사령관을 지낸 청와대 연제욱 국방비서관은 형식적으로 참고인 조사만 하고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는 하지 않았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나 청와대는 아예 사이버심리전단 활동을 보고받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상명하복이 생명인 군에서 3급 군무원인 사이버심리전단 단장이 1만5000여건의 정치 글 작성을 기획하고 지시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전·현직 사이버사령관의 지휘 책임에 대해 형사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야당이 ‘꼬리자르기 수사’ ‘봐주기 수사’라고 비판하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군의 정치적 중립은 민주화의 방화벽과 같은 역할을 했다. 과거 군부 독재시절 민주화를 외치며 수많은 이들이 희생됐고, 그 결과로 ‘군의 정치개입 금지’라는 열매를 맺었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과 대선 당시 일부 사이버심리전단 요원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글을 올린 사실이 확인되면서 군의 정치적 중립은 의심받게 됐다.
물론 대부분 군인들은 오늘도 철책선과 서북도서, 후방에서 묵묵히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군 전체가 사이버사 요원들의 일탈 행위로 인해 매도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오히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휴전선 등 접적지역에서 밤낮으로 우리나라 방위에 애쓰고 있는 군인들의 노고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 안보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현재 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고 했다.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으로 인한 남북 간 전력 비대칭을 해소하고,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 지역의 군비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군이 전투력 향상과 방위력 개선에 힘써야 한다. 어설픈 수사로 야당의 특검 요구가 높아지고 정치적 논란이 확대되면 곤란하다.
지금이라도 군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남아 있는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차제에 군의 정치적 개입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 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중 정치부 차장 jjkim@kmib.co.kr